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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에 온라인 경쟁도 밀려… 4년간 7000억 적자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

의무 휴업 등 규제에 수익성 발목
적자 늘며 점포 매각해 자금 충당
MBK "안정적 운영 위해 불가피"
자구노력 없이 회생 신청 비판도
대형마트 구조조정 가속화할 듯

대형마트 규제에 온라인 경쟁도 밀려… 4년간 7000억 적자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
지난 2021년 이후 4년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한때 유통업계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쿠팡 등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뺏기면서 좀처럼 반등할 기회를 만들지 못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모두 경영난 타개를 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등 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커머스 경쟁 심화…성장동력 꺾인 대형마트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황이 정점을 찍었던 2015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에 인수된 이후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MBK 인수 당시인 2015년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대형마트 시장 규모가 39조원대에 머물며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2012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의무휴업제가 성장세 둔화에 치명타였다. 이 기간 대형마트 시장 성장률은 0.3~1.6%로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대형마트 규제 강화에 이커머스와 경쟁에서도 점차 밀리며 홈플러스 역시 2021년부터 4년간 쌓인 적자 규모만 7000억원에 달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장보기 문화가 보편화되며 사실상 이때부터 쿠팡이 대표하는 이커머스업계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것으로 분석된다.

몇 년 새 줄어든 점포 수에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지는 신규 점포 출점으로 매출 성장동력은 사실상 사라졌고, 근본적 경쟁력마저 떨어졌다. 홈플러스도 적자가 쌓이면서 점포를 팔거나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충당해왔다.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갚은 채무는 4조원에 달한다.

■선제적 유동성 대응…구조조정 가속화

이런 노력에도 지난해 말부터 일부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지연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대금을 한두 달 뒤 지급해 줘야 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됐다.

올해 초에는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며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 사흘 만에 회생을 신청했다.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462%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올해 기업어음(CP) 만기 등 상환해야 할 채무는 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시장성 차입금(회사채, 단기채)은 총 2740억원으로 이 중 89%에 해당하는 2440억원이 연내 만기가 도래한다.

홈플러스의 회사채 잔액은 총 860억원 수준이다. 리스부채, 금융권 채무를 포함하면 홈플러스의 만기도래분 부채는 1조원을 넘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리스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1년 이내 홈플러스의 만기도래 차입금은 1조1448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번 조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MBK가 홈플러스 납품대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홈플러스와 한배를 탄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적자탈출을 위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3년 12년 만에 처음 적자를 낸 이마트는 지난해 3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마트 역시 2021년 두 차례, 2023년 한 차례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2020년에는 실적이 좋지 않은 점포 12개를 정리했다.

MBK는 홈플러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MBK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홈플러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