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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당일 배송전쟁에 완패… 유통업 성장에도 홀로 뒷걸음[생존 위기 몰린 대형마트 (中)]

온라인 쇼핑 300조 시대
사업구조 개편이 성패 좌우
대대적 점포 재단장 승부수

새벽·당일 배송전쟁에 완패… 유통업 성장에도 홀로 뒷걸음[생존 위기 몰린 대형마트 (中)]
유통업계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대형마트가 역성장의 늪에 빠진 건 이커머스 성장기에 적극적인 대응 투자에 나서지 않은 게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의 최대 강점인 신선식품 경쟁력마저 대규모 물류 투자를 앞세운 쿠팡 등 이커머스가 추격하는 사이 투자를 축소하는 안일한 경영행태가 본질적인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업계의 전면적인 '리밸런싱(사업구조 개편)' 노력이 재도약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확장에 속수무책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43조원에 달한다.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전년(228조원)과 비교해서는 약 14조원 늘었다. 올해는 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대형마트는 지난해 주요 유통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홀로 역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2.0% 늘었다. 준대규모점포(4.6%), 편의점(4.3%), 백화점(1.4%)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0.8% 줄었다.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5.0% 급증했다.

대형마트 업계의 불황은 이커머스와의 시장 경쟁력에서 밀린 게 크다. 신선식품도 새벽배송, 당일배송이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서 '공산품은 쿠팡, 신선식품은 대형마트' 공식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받을 수 있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가능한 '쿠세권'은 전국 시군구 260곳 중 70% 이상이다. 사실상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가 열린 셈이다. 컬리 역시 지난해 제주를 비롯해 경주, 포항, 여수, 순천, 광주 등 샛별배송이 가능한 '컬세권'을 확장 중이다. 물류센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면서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좋은 품질의 신선식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이커머스의 신선식품 경쟁력도 크게 강화됐다. 절감된 매장 운영비만큼 가격 강점도 갖췄다.

■투자 골든타임 놓쳐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와 온라인 쇼핑 붐 속에 대형마트들이 2015~2020년 '투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시각이 많다. 쿠팡과 컬리 등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위해 물류센터와 앱 고도화 등 투자 규모를 전폭적으로 확대하는 동안 대형마트는 규제에 오히려 신규 점포 출점을 줄이는 식으로 투자를 줄였다. 특히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 및 이자 비용으로 충당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홈플러스는 2015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에 인수된 후 14개 점포를 폐점했다. 여기에는 '알짜 점포'로 꼽히던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도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기득권이던 대형마트들이 신선식품 등 좋은 상품만 갖추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을 거란 안일한 인식에 투자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그사이 투자를 대폭 늘린 이커머스 업계가 빠른 배송에 상품 질까지 높이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본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선식품과 즉석식품(델리)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선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점포 재단장을 추진 중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최근 3년간 재단장한 점포만 각각 20개, 23개에 달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죽전점을 신개념 쇼핑공간인 스타필드 마켓으로, 롯데마트는 2023년 서울역점을 미래형 매장인 '제타플렉스'로 재단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뺏긴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의 강점인 고객경험 강화에 주력하는 게 당장은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