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파이낸셜뉴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만나고 어떤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게 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될 것이다. 예전에 소년재판을 했던 경험을 되살려 보면 많은 사건들이 유독 학기 초에 일어난다. 학폭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학기 초에 아이들이 서로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해가 발생하거나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다가 학폭이나 소년사건에 연류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필자는 법원에 근무할 당시 2016년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4년간 소년재판 업무를 담당하였다. 변호사 중에 필자처럼 많은 소년사건을 처리해 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없을 것이다. 가정환경이 매우 열악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부유하고 부모와 유대관계가 좋은 대치동 인근 학교 학생들도 학폭사건이나 소년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많은 상담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자녀가 소년재판을 받게 될 경우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에 대하여 알려주려 한다.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소년재판은 ‘처벌’보다는 ‘교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년부 판사의 역할은 전통적인 판사의 역할과 매우 다르다. 어떻게 보면 의사나 선생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소년부 판사가 비행소년에 대한 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비행사실 그 자체보다 소년에 대한 보호력을 더 중점적으로 살핀다. 그래서 똑같은 비행을 저지른 소년이라 하더라도 소년에 대한 보호력이 다른 경우 다른 처분이 내려진다. 형사재판의 경우 재판 당사자의 부모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양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소년재판의 경우 비행소년의 교우관계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결손 가정인지 아닌지 등)는 처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소년재판을 받는다면 그 아이의 주변환경의 안정성, 즉 보호력이 높다는 점을 재판부에 반드시 어필하여야 한다. 비행사실 자체는 과거의 문제이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보호력은 미래의 문제이고 충분히 바꿀 수가 있다. 어떤 비행을 저지른 소년이 또다시 같은 환경에 놓여질 수밖에 없다면 같은 비행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주변 환경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주변 환경을 말로만 바꿔준다고 하는 것으로는 소년부 판사를 설득하지 못한다. 비행 이후에 보호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비행소년의 주변환경이 이미 변경되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거나 바꾸기 위한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대로 실행 중임을 소명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준비해서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다른 소년이라면 사회 내 처분을 받을 만한 사건에서 여러분의 자녀가 시설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심리개시결정 후 조사받는 과정에서 부모의 보호력을 최대한 어필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소년부 판사는 소년의 교우관계 및 가정환경 등 소년의 보호력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소년조사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호관찰관 또는 소년분류심사원에 소년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그 후 조사 결과가 도착하면 소년부 판사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와 소년조사관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처분을 고민하며 법정에서 소년재판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소년부 판사가 법정에서 심리를 진행하며 부모의 보호력이나 소년의 주변환경을 탐문하고 파악할 수도 있지만 사건 수가 워낙 많아 그 짧은 시간에 보호력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기는 사실상 힘들다. 그래서 소년부 판사는 조사 결과에 상당 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조사 결과는 소년부 판사가 처분을 함에 있어서 의지하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되므로 비행소년의 부모들은 심리 전 모든 조사 과정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간혹 법원이 아닌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호관찰관소에서 전화가 왔다고 해서 조사를 대충받거나 회피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소년에 대한 보호력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조사되어 소년부 판사에게 보고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또 하나 유의할 점은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소년사건 심리에 부모가 모두 함께 출석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비행소년의 부모는 소년재판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비행소년의 보호력을 판단함에 있어 제일 중요한 기준이 된다. 회사에 연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부모가 함께 깔끔한 차림으로 매 심리 때마다 법정에 나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행소년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행소년이 저지른 비행의 죄질이 매우 중하거나 소년의 주변환경이 매우 열악한 경우(장기간 이유 없는 가출을 반복하는 경우, 지속적인 성매매에 연루되어 상습적으로 자해하는 경우 등)라면 소년부 판사는 비행소년의 안전과 심층적인 조사를 위해 소년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하게 된다. 이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위탁된 소년이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성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칭찬카드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면 꾸중카드를 받게 된다. 소년부 판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면 칭찬카드를 많이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칭찬카드를 많이 받는 것보다 꾸중카드를 받지 않는 것이다. 소년부 판사는 항상 비행소년의 과거 보다는 미래의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비행소년이 주변의 안 좋은 요소와 환경을 모두 제거한 소년분류심사원에서조차 사고를 치거나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더 많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사회 내에서는 다시 사고를 칠 가능성이 100%라고 확신하게 된다. 따라서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비행소년의 부모는 비행소년과의 면담 시 심사원 생활하는 동안 절대 꾸중카드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타일러야 한다.
다음으로 유념해야 할 점은 소년재판을 받게 될 경우 비행사실에 대해 다투는 것에 대하여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년재판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판사들은 다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소년이 비행사실을 다투는 경우 소년법정에서 형사재판처럼 엄격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만 14세 이상의 소년이 비행사실에 대해 다투게 되면 소년부 판사는 대부분 그 사건을 다시 검찰로 송치하게 된다. 다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그 사건에 대해 보완 조사해서 불기소하거나 기소하여야 하는데 대부분 기소로 이어지고 결국 비행소년은 형사재판을 받다가 다시 소년부로 송치되는 경우를 꽤 보게 된다. 이렇게 검찰 조사와 형사재판을 거쳐 다시 소년부 송치되는 경우 그 기간도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거니와 비행사실을 다투어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뒤 기소가 되어 형사재판을 받다가 소년부로 다시 넘어오게 되면 그 비행소년은 사실 중한 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확실히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형사재판에서 확실히 무죄를 받을 사안이 아니라면 섣불리 비행사실을 다투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일부 비행소년이 비행사실을 다투어 검찰로 사건을 송치시켰더니 나중에 다시 비행을 모두 인정한다고 하면서 계속 소년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탄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일단 검찰 송치 처분을 하게 되면 소년부 판사도 그 처분을 다시 번복할 수는 없으므로 비행사실을 다툴 때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는 새 학기에 특히 걱정이 많을 것이다. 항상 자신의 자녀가 현재 누구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자녀들이 잘못된 준법의식을 갖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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