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이벤트존에서 한 업체가 제품을 정리하며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저희 판매 안 해요. 철수합니다."
지난 6일 찾은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선 팝업 매장에 들어왔던 외부업체가 철수 중이었다. 업체 직원은 "원래 오늘 오전부터 12일까지 의류를 할인 판매할 예정이었다"며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혹시 대금을 못받을지 모르니 본사에서 철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최대주주인 MBK가 갑작스럽게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홈플러스 매장들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회생 신청 이후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던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사들은 납품을 재개했다. 그러나 롯데칠성음료, 팔도, 동서식품 등은 납품 중단 상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는 납품 대금 정산 주기가 다른 대형마트보다 두 세배나 긴 45∼60일이다. 납품업체들은 불안감에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입점 업체들의 분위기도 살얼음판이었다. 패션매장 업주 A씨는 "1월 정산대금 2500만원을 못받은 상황"이라며 "원래 2월 28일 입금돼야 하는데 마트 측에서 3·1절 연휴 때문에 늦게 정산된다고 설명했다가 별안간 지난 4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답답해 했다. 또다른 입점업체 점주 B씨는 "점주들 사이에선 '자체 카드기를 설치해서 결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도 나온다"며 "홈플러스 포스기로 결제하면 추후 정산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보유하던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될까 봐 서둘러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많았다. 실제로, 지난 6일과 8일 홈플러스 강서점에는 상품권을 소지한 고객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섰다. 일부 고객은 출시하지 않는 구형 상품권으로 계산하려는 경우도 보였다. 등촌동 주민 조모씨(79)는 "이틀간 홈플러스 상품권 10만원을 썼다"며 "회생 신청 뉴스를 보고 마트에 찾아와서 상품권에 대해 물어보니 문제 없이 쓸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안 쓰고 갖고 있던 상품권을 모두 쓰러 나왔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민 박모씨(56)는 "거의 1년 만에 매장을 직접 찾아왔다"며 "다른 제휴사도 상품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니 홈플러스 매장에서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 부랴부랴 왔다"고 했다. 신라면세점, CJ푸드빌, 에버랜드 등 주요 제휴사들은 정산금 지연 가능성을 이유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아직까지 제한하고 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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