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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당스'부터 '해머'까지... 공연업계 '무용·발레 르네상스' 연다

'2025 세종시즌' 개막작으로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예술의전당, 유니버설발레단과 '백조의 호수' 공연
LG아트센터, 25년만에 피나 바우쉬 '카네이션' 무대
GS아트센터, 4월 개관 페스티벌서 ABT 초청 공연

'데카당스'부터 '해머'까지... 공연업계 '무용·발레 르네상스' 연다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 공연 모습. LG아트센터 제공

[파이낸셜뉴스] 본격적인 공연 시즌을 맞아 주목할만한 무용·발레 작품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한 해 동안 공연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무용·발레 공연은 클래식 음악이나 콘서트, 뮤지컬, 연극에 비해 관객층이 좁다. 하지만 컨템퍼러리 발레 또는 융복합 씨어터극 형태로 관객 저변을 넓히려는 예술단체의 노력이 작품의 수준과 공연 횟수로 뒷받침되며 꾸준히 호응도를 높여가고 있다.

마침 지난달 발레리노 박윤재(16)가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해 무용 장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오는 4월 개관하는 GS아트센터 등 국내 주요 공연장에서 선보일 주요 기대작들을 살펴봤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올해 창단 2년차를 맞은 서울시발레단이 세계 발레계를 선도하는 안무가들과 협력해 4개 공연, 총 7개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데카당스(3월 14~23일, M씨어터)'로 2025 세종시즌의 포문을 연다. '데카당스'는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들을 하나의 공연으로 재구성한 콜라주 작품으로, 지난 2000년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이 초연한 이래 매 시즌 각색과 재창조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서울시발레단 버전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안무와 시즌 무용수들의 개성 넘치는 앙상블, 독특한 움직임 언어인 '가가(Gaga)'를 경험할 수 있다.

'데카당스'부터 '해머'까지... 공연업계 '무용·발레 르네상스' 연다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안무 스틸컷.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발레단은 이어 '무용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안무상을 수상한 요한 잉거의 2개 작품 '워킹 매드&블리스(5월 9~18일, M씨어터)'를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더블 빌 공연인 '유희웅x한스 판 마넨(8월 22~27일, M씨어터)'과 '한스 판 마넨x허용순(10월 30일~11월 2일, M씨어터)'을 공연한다. 8월 무대에서는 한스 판 마넨의 새로운 라이언스 작품인 '5탱고스'를 관람할 수 있다.

'일무'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서울시무용단도 2편의 신작을 내놓는다. 상반기에는 한국춤의 뿌리인 장단과 속도의 변주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스피드(4월 24~27일, S씨어터)'를, 하반기에는 민속·궁중·교방무 등 다양한 전통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 '미메시스(11월 6~9일, M씨어터)'를 초연한다.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일무'는 8월 21~24일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데카당스'부터 '해머'까지... 공연업계 '무용·발레 르네상스' 연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공연 모습.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은 여름 시즌 유니버설발레단과 손잡고 클래식 발레의 정수라 불리는 '백조의 호수(7월 19~27일, 오페라극장)'를 선보인다. 차이콥스키의 위대한 음악과 프티파, 이바노프의 천재적인 안무가 조화를 이루는 이 작품은 웅장한 군무부터 발레리나 한 명이 연기하는 오데트(백조)와 오딜(흑조)까지 고전 발레의 미학을 온전히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오페라극장에서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7월 30일~8월 1일)' 공연이 이어진다. 예술의전당과 에투알클래식이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박세은, 아망딘 알비슨, 블루엔 바티스토니, 마티외 가니오, 제르망 루베 등 에투알 10명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공식 등재된 작품을 연기한다.

'데카당스'부터 '해머'까지... 공연업계 '무용·발레 르네상스' 연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공연 모습. LG아트센터 제공
'데카당스'부터 '해머'까지... 공연업계 '무용·발레 르네상스' 연다
알렉산더 에크만의 '해머' 공연 모습. LG아트센터 제공

지난 2000년 3월 개관 이래 국내 컨템퍼러리 공연 시장 개척에 앞장서 온 LG아트센터는 올해 25주년을 맞아 '레전드는 반드시 LG아트센터 무대로'라는 슬로건 아래 기념비적인 작품 4개를 2025년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지난 1995년 초연돼 세계 무용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든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6월 18~29일)', 20년 만에 내한하는 영국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7월 4~6일)',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부퍼탈 탄츠테아터(11월 6~9일)', 알렉산더 에크만의 '해머-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11월 14~16일)' 등이다.

이중 '카네이션'은 LG아트센터가 역삼동에서 개관했을 당시, 개관 페스티벌에서 소개한 작품으로 25년 만에 내한한다. '탄츠테아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현대무용계의 흐름을 바꾼 피나 바우쉬(1940~2009)의 초기 대표작으로, 수천 송이 카네이션이 끝없이 펼쳐진 무대 위에서 인간과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데카당스'부터 '해머'까지... 공연업계 '무용·발레 르네상스' 연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라 부티크' 공연 모습. GS아트센터 제공

GS그룹 출범 20주년 맞아 오는 4월 24일 개관하는 GS아트센터는 약 두 달간 개관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개관 공연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클래식부터 컨템퍼러리까지(4월 24~27일)'에서는 고전에서 모던, 컨템퍼러리에 이르는 미국 무용계의 중요한 흐름을 소개한다.

또 기획공연인 '예술가들' 시리즈를 통해 현대무용 안무가로서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마르코스 모라우의 작품 3개를 소개한다.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아파나도르(4월 30일~5월 1일)', 라 베로날 컴퍼니의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와 '죽음의 무도(5월 17~18일)'를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