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경영능력 부정적 여론 커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변수 떠올라
국가 핵심광물·첨단기술 유출 우려
美도 "中 통제력 강화될 수도" 언급
최근 법원이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고려아연 의결권 효력을 인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지분이 높은 MBK연합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고려아연을 MBK가 인수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광물을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고려아연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실패 시 파장 심각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 민사합의부는 지난 7일 MBK·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해 일부를 인용했다.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다른 안건들에 대해선 효력을 정지하며 MBK·영풍측이 고려아연을 장악하는 데 있어 유리한 상황이다.
일단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MBK·영풍 측이 이사회를 한 번에 장악하는 것은 힘들지만 1~2년 안에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와 인듐 등 핵심 광물을 비롯해 △반도체 황산 △아연 △연 △금 △은 △동 등 필수 산업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이자 핵심기술 및 첨단전략기술 등을 보유하는 등 국가경제에 있어 그 전략적 가치가 높다. 때문에 경영 실패로 인한 파장이 홈플러스 보다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MBK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이 독점 공급하는 광물이 많아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MBK가 홈플러스 지분을 인수한 방법과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한 방법이 비슷하다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MBK는 2015년 말 홈플러스를 약 7조 원에 인수했다. 이중 인수금융 차입금이 4조 원을 넘어섰고 이후 MBK는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을 위한 점포 등 자산 매각에 집중했다.
지난해 9월 MBK가 주식 공개매수와 그 이후 두 차례 장내 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7.82%를 획득한 방식도 유사하다. 지분 인수에 사용된 약 1조 5000억 원 가운데 1조 1100억 원이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었다. 추후 MBK가 고려아연 계열사 매각, 핵심기술 판매, 공유 등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MBK가 고려아연에서 수익화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세계1위를 지탱하고 있는 기술"이라며 국가기간산업과 전략광물 생산의 핵심기술들과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다.
■美정치권도 MBK인수 관련 우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우리나라와 미국 등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맺고 핵심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추진하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중국이 미국에 수출통제한 안티모니와 인듐, 텔루륨, 비스무트 등 주요 핵심광물을 모두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실제 미국 연방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소속인 잭 넌 의원(공화당)은 지난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상무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한에서 그는 "중국과 연계된 기업들이 MBK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정제 아연 생산업체인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핵심 광물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며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MBK 투자자 중 중국투자공사(CIC)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말에도 에릭 스왈웰 미 하원의원이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차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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