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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파업 초읽기…6번 협상만에 '집단행동' 예고

기종전환 수당·화물기 조종사 위로금 2000억 요구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파업 초읽기…6번 협상만에 '집단행동' 예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주기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돌입하며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신설 수당과 에어인천으로 소속을 옮기는 화물기 조종사에 대한 2000억원 상당의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오는 12~1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이와 동시에 노동위원회의 중재 절차도 시작돼, 노조는 집단 행동을 위한 본격적인 수순을 밟고 있다.

조종사 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는 '기종전환 지연수당' 신설이다. 코로나19 시기에 대형기 전환이 중단되면서 기장 승격이 지연됐고, 이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수당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 수당으로,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노조는 화물기 조종사 200명에 대해 2000억원 상당의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인당 최대 8억원(위로금 5억원, 공로금 3억원)과 퍼스트클래스 항공권 등 특별 지원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622억원)의 3배를 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찬반 투표가 일반적인 노사 협상 절차와 비교해 급박하게 진행된 점도 논란이다. 통상적으로 노사 간 임금 협상은 15~20차례 진행 후 찬반 투표로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단 6차례 협상만에 투표가 강행됐다.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과 아시아나 열린조종사 노조는 최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6번의 협상 만에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나선 것은 파업을 위한 수순 밟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부 매각에 따라 화물기 조종사 200명과 직원 600명 등 총 800명을 에어인천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관 대상 직원들의 근무 조건과 처우 협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의 교섭 의지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설명회장 앞에서 선전전과 피케팅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항공물류 차질이 발생하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진지한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5년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파업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약 4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전례가 2차례밖에 없던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는데, 이번에도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