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후 강남권 신고가 행진
최근 일주일 매매가 0.31% 올라
동기간 전세가 0.11% 소폭 상승
대출규제 강화도 갭투자 가로막아
#.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84㎡는 10년 만에 집값이 27억5000만원 뛰었다. 2014년 거래가격은 13억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41억원 신고가를 기록하면서다. 증가율은 203%에 달한다. 반면 이곳 전세가격은 2014년 9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5억8000만원으로 올라, 6억3000만원(66%) 증가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핵심지역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갭투자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관측이다.
11일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 3일을 기준으로 일주일 사이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0.31% 오르는 동안 전세가는 0.11%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3.9%로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지난달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3구와 한강변 핵심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지만, 매매가 상승이 전세가 상승을 이끌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통상 매매가는 투자 가치에 따라, 전세가는 실거주 편의성에 따라 변동이 이뤄지는데 현재는 투자 가치만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매매가와 전세가는 비례 관계지만, 거주지의 편의성이나 쾌적함이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 한 전세가는 매매가 대비 완만한 상승세를 그릴 수밖에 없다. 또 고금리 장기화로 전세금 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 즉 '갭' 크기는 확대돼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7~2018년 고점을 찍은 후 급락해 현재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코시스)의 최근 10년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 상반기 64.3%였던 전세가율은 2017년 71.6%, 2018년 70.0%까지 올랐다. 이후 △2019년 59.3% △2020년 57.2% △2021년 58.5% △2022년 57.1% △2023년 54.7% △2024년 54.0%(1월 기준)등 6년 연속 50%대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서울의 전세가율도 54.1%로 낮은 가운데, 강남3구인 서초·강남·송파구는 각각 48.7%. 45.9%, 45.4%로 갭이 더욱 큰 양상을 띠었다.
전문가들은 핵심지역의 전세가율은 당분간 보합세 및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5년 전만해도 '전세가율이 70%를 넘으면 집을 사기 좋은 때'라는 말이 있었다"며 "이제는 60%대 회복도 버거워보여, 현금이 없으면 핵심지 집을 사기가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전세가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대출 규제'의 영향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커지면 결국 세입자 대출, 즉 전세보증금에 대한 대출을 강화하게 된다"며 "올 하반기에도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갭투자를 하는 시대는 저물었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입지적 장점과 쾌적함을 모두 갖춘 강남3구 신축 아파트에서는 '전세 신고가'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84㎡는 지난달 25일 22억5000만원에, 반포써밋 133㎡는 지난달 7일 21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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