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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죽으니 냄새 안 나고 좋다"..남편 말에 이혼 결심했는데 병이라고? [헬스톡]

"강아지 죽으니 냄새 안 나고 좋다"..남편 말에 이혼 결심했는데 병이라고? [헬스톡]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반려견이 죽은 뒤 '펫로스 증후군'에 빠진 여성이 "고작 개 한 마리 죽은 건데 유난인 거 아니냐"란 무심한 남편의 말에 이혼을 결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최근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펫로스 증후군 겪고 있다는 A씨의 사연을 지난 14일 소개했다.

결혼한 지 3년차라는 A씨는 “결혼 전부터 자식처럼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다. 강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사랑했다”며 “그런데 얼마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런 상실감은 처음 느껴 봤고 회복이 안 될 정도로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말했다.

A씨는 "한동안 위로해 주던 남편이 내가 강아지 이야기를 하면서 시시각각 눈물을 흘리자 '고작 개 한 마리 죽은 건데 유난인 거 아니냐, 솔직히 강아지가 없으니까 냄새도 안 나고 돈도 안 들고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순간 화가 나 남편과 크게 다퉜다"라며 "남편은 '솔직히 그동안 나보다 개를 더 우선시하지 않았느냐"라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을 나가버렸다"고 했다.

이후 한 달 동안 가출하고 돌아온 남편은 A씨에게 사과했지만, 결국 A씨와 남편은 별거 중이라고 전했다.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 잃었을 때의 슬픔과 비슷


A씨의 증상은 아끼던 반려동물이 죽은 후 우울감이나 공허함, 자책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펫로스 증후군이다.

반려 인구가 늘어난 탓에 반려동물을 잃은 후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죽은 뒤 느끼는 슬픔은 실제로 가족 구성원이나 절친한 친구를 잃었을 때의 슬픔과 비슷한 정도라고 말한다.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3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 137명 중 76명(55%)이 슬픔반응평가(ICG)에서 중등도 기준점(25점)을 초과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반려동물 장례시장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30% 가까이 성장했고, 펫로스 증후군 관리를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일반적인 사별의 수준을 넘어 지속해서 심리적인 부적응을 초래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고 슬픈 감정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슬픔이 만성화돼 우울증으로 악화할 수 있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펫로스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감정적 반응과 행동적 반응으로 나뉜다. 감정적 반응으로는 △현실부정(현실회피) △눈물 △정신혼미 △불면증 △식음전폐 △분노 △죄책감 △고립감 △우울감 등이 있다.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 등 반려동물이 죽기 전 모습들과 행동들을 계속 곱씹어보는 것도 감정적 반응을 증폭 시킬 수 있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과의 추억이 깃든 물건에 집착해서 곁에 지니고 다니거나 혹은 버리지 못하는 등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추억이 깃든 물건을 외면하거나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하는 등 갖가지 회피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려동물이 떠났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람과 달리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별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부터 자신보다 먼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자책감을 느끼지 말고 주위 사람들과 슬픔을 공유하면서 소통하는 것도 좋다. 슬프고 힘든 감정을 억누르는 것보다 충분히 아파하고 그리워해야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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