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붓질의 반복이 아닌 질서를 만드는 과정 [손이천의 '머니&아트']

장승택 Layered Painting 80-1

붓질의 반복이 아닌 질서를 만드는 과정 [손이천의 '머니&아트']
케이옥션 제공
겹의 미학을 구현하는 장승택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며 유럽 미술의 조형성과 한국적 감성을 융합하는 작업을 연구해 왔다.

초기에는 비정형적인 추상 회화를 시도했으나, 이후 붓질을 통한 색의 중첩을 주요 표현 방식으로 확립하면서 현재의 '겹 회화(Layered Painting)'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의 작업은 색이 층층이 쌓이면서도 일정한 결을 유지하도록 세심하게 조율된다.

이는 단순한 색면 회화와 구별되며, 물감의 물성이 강조되는 서구적 방식과는 달리 반복적 행위를 통해 조형적 질서를 탐구하는 한국적 회화 전통과도 연결된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 회화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유도했다면 장승택의 작업은 보다 구조적인 형태 안에서 색의 흐름과 깊이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의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성과 축적의 개념이다. 단순히 색을 겹쳐 칠하는 것이 아니라, 각 층이 건조된 후 다시 덧칠되는 과정이 수십 차례 반복되면서 화면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색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Layered Painting 80-1은 보라색과 붉은 색조가 중심을 이루며, 상단에서 색이 응축된 채 시작해 점진적으로 아래로 흘러가듯 전개된다.

단순한 색의 중첩이 아니라, 시간과 빛이 쌓이며 형성된 구조적 화면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반복적인 색의 층위를 통해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 속에서 감각적 유기성을 찾아내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