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 전 계열사 임원에
"전 분야 경쟁력 훼손됐다" 질책 메시지
특급인재 확보, 기술 경쟁력 회복 주문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임원 수시 인사 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해 '사즉생(死卽生·죽기를 각오하면 산다)'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할 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00여명의 삼성 전 계열사 임원진을 향해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질책하며, 고강도 경영쇄신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쇄신책의 일환으로 크게 '특급 인재 확보'와 '기술 초격차 전략 재가동'을 지시하며, 임원 수시 인사카드를 집어들었다. 속도감있게 삼성의 초격차 리더십을 다시 복원하라는 주문이다.
17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일명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이란 명칭의 임원 교육에서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전에없는 '직설화법'으로 임원 수시 인사, 일명 S급 인재 유치 등을 언급한 것을 놓고, 고 이건희 회장의 위기 돌파 방식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삼성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두 달에 걸쳐,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 60개 계열사 임원 2000명이 순차적으로'삼성다움'을 주제로 일종의 '정신 재무장'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사즉생' 발언은 '초격차 삼성' 타이틀이 위태로워졌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에 기반한다. 핵심인 반도체 사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글로벌 파운드리 사업 점유율 하락, 반도체 설계 등 전 영역에 걸쳐 본원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부진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 지연 등으로 지난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올해 1·4분기 실적도 부진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22.54% 감소한 5조1168억원이다. 한편, 이 회장의 '사즉생' 발언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대비 5.3% 상승한 5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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