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파이낸셜뉴스] 내가 변호사가 된 이후 주변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변호사하면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냐”와 “어떻게 하면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느냐”인데, 오늘은 좋은 변호사를 찾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나누려한다.
일단 좋은 변호사를 찾으려면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지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친절하고 연락 잘 되며 의뢰인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 주는 변호사가 제일 좋은 변호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친절과 경청 모두 좋지만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보다 해당 사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다. 왜냐하면 의뢰인은 변호사와 친구하려고 변호사에게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의뢰인의 사건을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니면 의뢰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어떤 변호사가 해당 사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을 이용하여 해당 사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거나 부족하면서도 충분한 것처럼 거짓 광고, 과대 광고하는 변호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법원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언론이나 SNS 등에 최고 전문가로 자주 노출되지만 실제 변론 능력은 형편 없는 변호사들을 보았다. 재판장의 입장에서 보면 주장이나 입증이 너무 부족한데도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앵무새처럼 ‘더 할 것 없으니 종결해주십시오’ 또는 ‘적의 판단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그런 변호사들이다. 이런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대동하는 날이면 갑자기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 하는 것처럼 변론을 오버해서 하게 된다. 그리고 쟁점과 관련 없는 지엽적인 이슈를 계속해서 건드린다든지, 여기서 했던 주장을 저기서 반복하면서 서면의 양만 늘리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의 역할은 의뢰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가능하면 재판부가 해당 사안을 의뢰인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냥 ‘우리 관점으로 봐주세요, 또는 알아서 잘 해주세요’라고 하면 결과가 어떨지 불보듯 뻔하다. 설득력 있는 법리를 구성하고 그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필요한 주장, 입증을 하는 것은 변호사가 해야 할 기본 중 기본 역할인데 그 기본마저 안하거나 놓치는 변호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런 함량 미달의 변호사를 피하고 좋은 변호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동종업계 해당 분야에 있는 변호사들을 수소문해서 그들에게 선임하려는 그 변호사의 전문성에 대해 물어 보는 것이다. 사실 생각보다 법조계가 좁다. 그래서 아는 법조인을 통해 한두다리, 두세다리만 건너면 해당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변호사를 찾을 수 있고 그 변호사에게 선임계약을 체결할 변호사의 평판 조회를 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이다. 특히 선임하려는 변호사와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라면 더욱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로 같이 일해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한지 얼마만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피해야 할 유형은 100% 승소 장담, 집행유예 보장 등 단정적인 결론을 말하거나 광고하는 변호사들이다. 늘 말하지만 ‘소송물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은 것이다.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사실관계가 완전히 다르게 확정될 수 있고, 똑같은 사실관계를 가지고서도 법리 구성과 진행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된다. 즉 소송 과정에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의뢰인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사실관계만으로는 결론을 전혀 예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도 상담 중 100% 결론을 예측하는 변호사는 사실 전문가라기 보다는 점성술사에 가깝다. 따라서 100% 승소율, 집행유예 보장, 징역 1년 이하 보장, 재산분할 기여도 5:5 확보, 위자료 5,000만 원 등을 단호하게 얘기하거나 광고하는 변호사는 거르는 것이 상책이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변호사는 수임만 하고 업무 수행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변호사이다. 내가 변호사로 나와 상담하면서 정말 놀랬던 것이 거의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상담하면서 “변호사님을 선임하게 되면 변호사님이 직접 사건을 수행하는 것이 맞나요?”라고 한결같이 묻는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수임한 사건을 내가 핸들링하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왜 그런 질문을 하시냐고 되물어보면 의뢰인들은 “예전에 상담했던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뒤에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다른 변호사가 사건을 수행하고 있다.’’며 ‘저는 변호사님을 믿고 선임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니 꼭 직접 사건을 수행을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담할 때는 경력이 화려하고 경험이 많은 변호사가 나와 직접 사건을 핸들링할 것처럼 얘기하더니 수임료 입금 후에는 입 싹 닫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규모가 있는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고 어쏘 변호사에게 서면 작업 초안을 맡길 수는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책임지고 사건을 장악면서 의뢰인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 변호사 업계에는 사실 ‘찍새’와 ‘딱새’라는 은어가 존재한다. 찍새는 말 그대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고, 딱새는 실제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인데, 이런 형태의 사건 수임과 수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려면 의뢰인에게 그 업무 분장에 대해 미리 정확하게 알려주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부분이 불안하다면 변호사와 선임계약을 체결할 때 정확하게 누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책임지고 수행할 것인지 계약서에 명시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좋다. 나는 당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믿고 당신을 선임한 것이므로 사건을 꼭 직접 챙겨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미리 계약서에 명시해 놓으면 돈만 받고 잠적하는 변호사들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터무니 없이 낮은 착수금을 받겠다는 변호사도 조심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도 변호사 업무를 직접해보니 사건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을 진행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는데 나와 특별한 관계도 아닌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들과 비교해 터무니 없이 낮은 착수금을 부르는 경우에는 수임만 하고 사건에 대해 신경도 안쓸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수소문 끝에 좋은 변호사를 찾았으면 전문 영역에 대해서는 그 변호사를 어느 정도 믿고 그의 전략을 따라주는 것이 좋다. 가끔 수소문 끝에 최고의 프로페셔널을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며 선임해 놓고도 그 변호사를 믿지 못한 채 자기 고집대로만 하다가 소송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를 본다. 좋은 변호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송에서 가장 좋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그 변호사가 마음껏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본인이 좋은 의뢰인이 되어 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좋은 변호사를 찾는 과정은 명의를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간단한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갈 때, 만성 후두염으로 병원에 갈 때, 심장수술이나 암수술로 병원에 갈 때 자신을 치료할 의사를 찾는 노력이 다를 것이다.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사건은 경험이 없는 초짜 변호사나 전문성 없는 지인 변호사에게 맡겨도 된다.
능력만 된다면 ‘나홀로 소송’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소송은 평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이벤트이고 그 소송 결과는 각자의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중요한 소송을 함께 할 변호사를 찾기 위해선 심장수술 또는 암수술의 최고 권위자를 찾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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