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차관칼럼] 의료용 마약 오남용, 단속에 수사까지

[차관칼럼] 의료용 마약 오남용, 단속에 수사까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지난 2023년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을 기억한다. 약물에 취해 고급 승용차를 몰다 행인을 쳐서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당시 가해자는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 여러 의료용 마약류를 혼합한 약물을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마약 하면 필로폰이나 코카인 등 범죄영화에서 나오는 것을 떠올리지만, 우리가 평소 이용하는 병원에서도 마약류를 접할 수 있다. 마취제로 유명한 프로포폴, 진통제로 유명한 펜타닐,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이런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의사의 과다처방, 환자의 의료쇼핑 등을 집중 단속하는 한편 지난해 6월에는 펜타닐에 대해 투약내역 확인을 의무화하고, 올해 2월에는 의사가 프로포폴을 셀프처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런 단속은 '마약류통합관리스템' 정보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제조·수입부터 유통·사용까지 연간 약 1억3000만건의 취급내역이 보고되는데 이를 분석해 어느 의사나 환자가 많이 사용하는지, 어떤 약물이 과도하게 처방되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단속 권한만으로는 의료쇼핑을 하는 환자를 직접 조사할 수 없고, 또한 처방받은 의료용 마약류를 유통·판매하는 등 범죄행위 징후를 포착하더라도 신속히 수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2월 식약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게 의료용 마약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사법직무경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식약처도 의료용 마약류 단속에 더해 수사까지 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특사경 제도란 일반경찰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하기 어려운 특수한 분야에 대해 해당 분야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철도, 경제, 안전 등 특수한 환경이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KTX열차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국토해양부 철도분야 특사경이, 공항에서 밀수행위는 관세청 세관분야 특사경이 수사를 한다.

식품·의약품 안전 분야에 특사경이 도입된 것은 1970년으로, 55년의 역사를 통해 먹거리 범죄와 불법 의약품 범죄를 수사해 왔다.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라는 전담 수사조직도 갖추고 연간 300건 이상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24년에는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사경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의료용 마약류 관리 역시 의약품 안전 업무의 한 갈래였지만,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아서 수사할 수는 없었다. 이번 개정으로 적정량을 넘어 프로포폴을 많이 처방하는 병원, 대량의 펜타닐을 분실한 약국, 여러 병원을 돌며 ADHD 치료제를 처방받아 불법 판매하는 사람에 대해 현장 조사, 대면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할 수 있게 돼 의료용 마약류 관리가 한층 더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약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는 2016년경부터 그 지위를 잃었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식약처는 이번 의료용 마약류 수사권 부여를 계기로 그간 쌓아온 특사경 역량과 전문성을 활용해 마약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과 진료가 위축될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특사경은 일반경찰에 비해 수사영역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바탕으로 마약 범죄만 추출하는 핀셋수사가 가능해 오히려 정당한 치료와 처방은 보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사회적 통제망이 작동하는 지금이 마약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정부기관과 제약·의료계, 검경 등 여러 주체가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나가면서 모두가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하는 시기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