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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카' 공연 장면. 연합뉴스
뮤지컬 '라이카' 공연 장면. 연합뉴스
뮤지컬 '라이카' 공연 장면. 연합뉴스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러시아는 바로 이어 11월 3일에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다. 여기에는 개 한마리가 탑승했는데 이름이 라이카다. 뮤지컬 ‘라이카’는 인간을 대신한 우주실험체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났던 ‘라이카’에 대한 이야기다.
우주로 떠난 라이카는 위험한 순간에 어린왕자에게 구출된다. 사실의 ‘라이카’의 이야기가 소설 ‘어린왕자’와 결합되고 여기에 장미, 바오밥나무들 그리고 로케보트도 등장하면서 공연은 우화적인 형식으로 펼쳐진다. 우화는 강한 메시지를 담아내기에 용이한 방식이다.
예술의 매력 중 하나는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만드는 순간이다. 이는 논리적이나 합리적이지 않아도 직감적이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설득력이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라이카’에서는 개가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어린왕자가 우주에 존재하고 있으며, 장미와 바오밥이 유쾌한 노래를 부른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을 매우 뮤지컬적인 노래와 장면으로 만들어서 관객들이 의심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음악들, 새로운 주제들로 가득 차 있어서 뉴(NEW) 뮤지컬이라고 부를만한 작품이다.
캐릭터와 음악이 좋고, 장면들도 흥미로워서 뮤지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지만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꽤 묵직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어서 숨겨둔 주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반복관람이 필요할 정도다.
라이카는 여러가지 테스트에서 다른 동물, 다른 개들보다 더 잘 견디고, 더 충직했으며, 더 잘 참았기 때문에 선발됐다. 처음부터 돌아올 장치는 없었고 우주여행에 대한 실험체로서 인간에게 이용당했다. 더 견뎠기 때문에 더 믿었기 때문에 라이카에게 돌아온 보상은 결국 죽음이었다. 와중에서도 라이카는 자신을 돌봐줬던 캐롤라인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주목할 것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인 라이카, 어린왕자, 장미, 바오밥, 로케보트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르게 바라보면 이들은 포스트휴먼이다. 포스트휴먼에게는 ‘인간답다’라는 말은 매우 불쾌하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의미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지 논리에 허점이 있는지는 따지지 말자. 이건 뮤지컬이니까!
하지만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이 공연이 포스트휴먼의 관점에서 인간중심주의의 실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포스트휴먼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모든 만물의 중심이 아니라 인간은 동물, 식물, 광물 심지어는 곰팡이들과도 동등한 하나의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말 뮤지컬로 다루기에 쉽지 않은 소재와 주제들을 절묘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공연을 꼭 관람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이성적으로 사유하고 판단하기를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지지 않는 감정인 분노, 억울함, 화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종 정신병적 증상을 통해 이를 호소한다.
인간적이라는 표현에 감추어놓은 논리와 합리성으로 계속해서 감정을 참아내야 할 필요는 없다. 라이카는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캐롤라인에게 돌아가고 싶었지만, 발사과정에서 떨어져나간 단열재로 인해 40도씨 이상의 내부공간에서 엔진의 굉음과 진동으로 공포 속에서 발버둥 치다가 5시간 만에 죽었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김덕희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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