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

[fn이사람] 황지선 BGF리테일 가공식품팀장

[fn이사람] 황지선 BGF리테일 가공식품팀장
황지선 BGF리테일 가공식품팀장. BGF리테일 제공

[파이낸셜뉴스] "진짜 눈물의 시간을 보냈죠."
황지선 BGF리테일 가공식품팀장은 '티니핑 라면' 출시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한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말이 빨라지는 일이 많았다. 황 팀장의 열정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2006년 12월에 BGF리테일에 입사한 황 팀장은 즉석조리, 빵, 도시락 등 15년 넘도록 식품 상품 기획자(MD) 한 우물을 팠다. 그는 편의점 식품 MD의 일을 '보이지 않는 신기루를 쫓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두바이 초콜릿도 그렇고 한번 이슈가 터져서 불꽃처럼 타오른 상품은 불꽃처럼 꺼진다"며 "그렇다고 불꽃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해 들어오는 신규 고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신기루를 쫓고 또 그 다음 신기루를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게 인기니까 반짝 팔고 가겠다는 접근법을 제일 싫어한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출시된 '하츄핑 얼큰소고기맛', '빤짝핑 멸치칼국수맛' 라면 2종도 스테디 아이템을 염두에 둔 제품이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애니메이션 '캐치!티니핑'의 캐릭터를 이용했지만 캐릭터 라면 시장을 국내에 정착시켜보겠다는 황 팀장의 꿈이 담겼다. 그는 "아시아권에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캐릭터 면류가 자리 잡았고 롱런(장기적으로 흥행)하는 상품 중 하나인데 국내에는 이상하리만큼 그게 잘 자리가 안 잡혀 있었다"며 "티니핑 뿐 아니라 지속적인 인기를 얻는 '짱구' 캐릭터 라면을 후속으로 준비한 것도 이번 상품이 기틀이 돼서 캐릭터 면류가 후대에 BGF리테일만의 차별화 상품으로 남았으면 해서였다"고 했다.

그러나 하츄핑과 빤짝핑 캐릭터 모양의 어묵을 만드는 데만 자그마치 6개월이 걸릴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황 팀장은 "시생산만 6~7번 돌렸는데, 시생산을 한번 할 때마다 공장 라인을 멈춰놓고 만들어야 한다"며 "처음 찍어낸 어묵에는 캐릭터 얼굴이 울상으로 찌그러진 모양이고, 그다음에는 눈이 쫙 찢어진 모양이 나오기도 하고, 원하는 모습을 만들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했다.

황 팀장은 이제는 '기본템(기본적으로 갖춰진 아이템)'이 된 '컵 얼음' 제품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슬러시 기계가 있는 점포 매출이 유독 높은 것을 보고 시원한 즉석 음료에 대한 니즈를 파악했다. 기계 없이도 즉석 음료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얼음과 소분된 파우치(주머니) 음료를 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쉽게 '얼음을 컵에다 담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하 18℃에 있었던 컵에 상온의 음료를 담는 순간 컵이 깨져버리더라"며 "듣도보도 못한 아이스크림 공장, 얼음 공장을 찾아다니며 연구하고 플라스틱 재질을 계속 바꾸면서 지금의 얼음 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국 모든 편의점에서 얼음 컵과 소용량의 파우치 음료를 살 수 있다.
나아가 얼음 컵에 서로 다른 음료를 섞어 나만의 음료를 개발하는 '믹솔로지' 트렌드도 생겼다. 황 팀장은 "세상에 신상품은 없다"며 "상품 용도를 그때그때에 맞춰 다시 포지셔닝하고 재출시하면 또 팔린다"고 했다.

또 편의점업계에 대해 "마트, 백화점과 달리 제품 판매 단위가 작아서 빠르게 매장 내 제품 구성을 바꾸고 빨리 변화할 수 있는 곳이며, 점포수가 많아 오프라인 채널 중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채널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요즘은 단위당 에스큐가 더 다양해져서 어떤 연령층의 소비자가 와도 다 수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좀 변해버린 것 같다"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