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6단체장, 기업 우려 전할듯
‘주52시간 예외’ 표류 문제 꼬집어
정부-기업 ‘원팀’ 난관 극복 강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금 형편상 상법을 개정하는 게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직접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 등 경제6단체장은 이르면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직접 만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최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은 공동행동을 통해 상법 개정안이 한국 경제 전반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과 비슷한 것인데, '그걸 바꿔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 봅시다' 하는 게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상법 개정은) 또 다른 '언노운(unknown·알지 못하는)'"이라고 규정했다. '언노운'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불확실성 탓에 맞닥뜨리는 리스크를 말한다. 최 회장은 국내외 전반의 가장 큰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걱정 중에 가장 큰 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서 기업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가능한 한 미루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최근 국회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단독처리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벤처기업들까지 법 발효 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은 물론이고, 단순히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줄소송에 휘말릴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최 회장은 "법이라는 것은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취지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근길 교통수단을 예로 들며 "버스만 타라고 하면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야할 상황에서 불편이 생긴다"며 "규제는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규제는 자율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추락시켜 성장에도, 사회문제를 푸는데도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간 헤게모니 전쟁에 따라 한국이 선택에 기로에 놓인 점과 관련해 최 회장은 '비즈니스'가 기준 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미국이냐 중국이냐가 아니라 사업이 되고 돈이 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벌 수 있는 확률과 기회가 많으면 어떤 상황이라도 진출해야한다"며 "미국의 많은 기업인들이 최근 중국을 찾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여러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원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벤트성으로 잠깐 나가서 하는 원 팀이 아니라 진짜 한 몸 같은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최근 테크업계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에 대해 "우리만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만들지 않으면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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