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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트럼프 관세폭탄에 '촉각'…車관세 이어 상호관세까지

국내 기업, 트럼프 관세폭탄에 '촉각'…車관세 이어 상호관세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일(현지시간) 발표하는 상호관세와 3일부터 부과하는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를 앞둔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2024년 품목별 대미 수출 규모>
순위 구분 2024년 대미 수출액
1위 자동차 347억4000만달러
2위 일반기계 150억7000만달러
3위 반도체 106억8000만달러
4위 자동차부품 82억2000만달러
5위 컴퓨터 57억8000만달러
6위 석유제품 51억1000만달러
7위 철강 43억5000만달러
8위 석유화학 42억8000만달러
9위 이차전지 38억8000만달러
10위 가전 38억7000만달러
(자료: 한국무역협회)

[파이낸셜뉴스] "도대체 관세를 얼마를 부과할지 까봐야 아는 상황이다."(국내 기업 관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늦어도 오는 2일(현지시간)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3일부터 부과되는 25%의 품목관세(3월 26일 발표)국가별 상호관세까지 추가될 경우, 말 그대로 관세폭탄이 투하되는 것이다. 가령 25% 품목관세에, 10% 상호관세(추정치)가 더해질 경우, 관세율은 35%로 상승하게 된다. 사실상 무관세 협정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국내 車업계, 전전긍긍 '현지화·가격인상'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은 물론이고, 반도체와 의약품 품목도 초비상이다. 최소 25% 품목관세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미국 현지 거래 가격 자체가 상승하게 된다.

현대자동차·기아·한국GM이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총 143만2713대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수출(278만2612대)의 51.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실적이 101만3931대였고, 한국GM도 41만8782대로 집계뙜다. 각사별 전체 수출과 비교하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비중은 46.6%, 한국GM은 84.8%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25% 품목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차·기아는 현지에서 수요가 많은 차종을 중심으로 '메이드 인 USA' 차량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과 동시에 연 50만대로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로 현지 생산 확대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HMGMA(50만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36만대),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34만대) 물량을 더해 미국 현지에서 연 12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HMGMA 증설, 제철소 등 31조원의 후속 대미 투자를 단행해 관세 불확실성을 돌파할 방침이다.

관세폭탄 여파로 현대차는 이미 미국 현지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지 딜러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현재의 차 가격은 보장되지 않으며, 4월 2일 이후 도매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변경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파커 CEO는 "관세는 쉽지 않다"며 이런 가격 변경 검토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80%를 웃도는 한국GM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한국GM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는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여서 25% 품목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추가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사실상 미국 수출이 어려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도 부담 늘어날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품목관세 및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의 대미 수출 비중은 비교적 적은 편이나, 관세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는 처지다.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다.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다. 문제는 여러 국가를 경유해 제조하는 만큼 상호관세 적용 범위와 기준이 복잡해져, 경우에 따라 관세부담이 더 과중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한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을 시사하고 있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보조금 액수 47억4500만 달러), SK하이닉스(4억5800만 달러)가 보조금을 아예 못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추가 투자 요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보조금 재협상 등 반도체법 변화 시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보조금은 기업들의 투자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아직 약속된 보조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다.

cjk@fnnews.com 최종근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