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 빅테크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거론하자 정부·정치권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빅테크 규제 시 보복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망사용료 부과,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행위 제재 등 구글·애플·넷플릭스를 겨냥한 규제조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USTR이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에게 지급해야 하는 망사용료 문제가 무역장벽으로 명시됐다. 망사용료 문제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명시됐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처음 언급됐다. 국내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 수요 확대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망사용료 지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USTR은 망사용료 부과 시 국내 ISP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ISP가 콘텐츠 공급 등 OTT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CP에만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는 "USTR이 국내 통신시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ISP들도 망을 깔면서 망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며 "국내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은 3사 과점이 아닌 3사 '경쟁시장'으로, 가격협상 주도권은 오히려 CP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복관세를 무기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미국 빅테크 규제 움직임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헌·김우영,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등이 '망 이용대가' 공정화를 골자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장기 계류될 우려가 있다.
구글·애플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도 제동이 걸렸다. USTR은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안도 문제 삼았다. USTR은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과 함께 2개의 한국 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다른 주요 한국 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제외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방지할 법안을 추진해 왔다.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동시에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행위) 제한·최혜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잠재 규제대상은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 등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다.
향후 플랫폼법 입법 시 미국의 통상보복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의힘에 플랫폼법 시행이 상호관세나 불공정 무역에 대한 보복조치를 담은 미국 무역법 301조 적용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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