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지수' 일주일 13% 급락
시가총액 197조→ 172조로 줄어
2분기 실적 회복·주가 반등 기대
국내 주요 이차전지주 시가총액이 일주일 만에 26조원 가량 증발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더해 공매도 재개,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우려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차전지 관련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모아둔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일주일 전(3월27일·2931.12) 대비 13.56% 급락한 2533.74에 마감했다. 같은 기간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지난달 27일 197조2803억원에서 이날 171조6725억원으로 내려앉으며 단 일주일 만에 26조원 넘게 줄었다. 이차전지 관련주가 최근 급격히 쪼그라든 것은 지난달 31일 공매도 재개 영향이 컸다. 공매도 재개 전부터 대차잔고 비중이 높아 공매도의 타깃이 될 것으로 지목됐던 이차전지주들은 공매도 재개 당일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매도세가 집중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 상위 종목군에는 LG에너지솔루션(489억원), SK이노베이션(248억원), 포스코홀딩스(247억원), 포스코퓨처엠(144억원) 등 이차전지주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 하루동안 600억원의 공매도가 거래되면서 거래대금 기준 공매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매도 불안감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우려까지 겹치면서 하락세가 두드러진 양상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뜩이나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미국이 수입하는 완성차에 고관세가 적용되면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될 전망이다. 이는 배터리 업황과도 직결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공매도와 상호 관세 우려에 따른 이차전지주 하락세가 단기간 내에 잦아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2·4분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개선돼 실적을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주에 대한 공매도 집중에 따른 수급 여건 악화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규제 강화로 유럽 전기차의 판매가 예상보다 더 좋고, 특히 한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큰 순수 전기차(BEV)의 수요 개선이 돋보인다. 올해 연초부터 2월까지 유럽 BEV의 판매성장률은 31%에 달해 시장 전망치 20%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 1·4분기 재고 조정 뒤 2·4분기 재고 축적 국면에 진입하면서 유럽 비중이 큰 업체 중심으로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유럽 비중이 큰 데다 분기 매출액이 올해 2·4분기부터 7분기 만에 전년 대비 성장으로 전환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결국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은 결국 역내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조달하는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론 자동차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미국과 유럽에 대규모 공장을 선제적으로 건설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론 유리한 시장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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