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입자 공방 운영에 ‘눈 가린 행정’
현장 실사로 뒤늦게 불법 판정
구청 “영업허가 불가” 건물주 “빨리 나가라”에 임차인 눈물
지난 2월 1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의 한 매장 모습. 황학동 주방 거리는 폐업하는 가게에서 저렴하게 들여온 중고 주방 설비를 싼값에 판매하는 곳이다.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영업 개시 하루를 앞두고 구청으로부터 폐업 신고하란 연락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4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내일 오픈 예정인데 불법 건축물이라 폐업하라고 연락왔네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음식점 장사를 위해 작성자 A씨는 지난해 12월 한 건물과 계약을 완료, 인테리어 및 공사를 마치고 지난 3일 가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루 전날, 구청으로부터 "(건물이) 불법 건축물이라 영업 허가가 안 나니 폐업신고를 하라"고 연락을 받았다. 불법 증축이 이뤄진 건물이란 이유에서다. 구청 관계자는 계약서 상 면적은 7평 가량인데 실제로는 10평 정도 된다고 했다.
A씨는 "계약 당시 건축물 대장에 7평에 대해서는 음식점 용도라고 돼 있었다"며 "3평은 육안상 불법 건축물인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세입자는 공방을 운영했기 때문에 현장 조사가 나오지 않았으나, A씨는 음식점 의무 신고 대상자라 구청으로부터 현장 실사가 나온 탓에 늦게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건물주는 "면적 신고를 잘못해서 다시 하면 된다"고 했지만, 이후 "다른 데 세를 내놔야 하니 빨리 빼라"고 했다. A씨가 정상적으로 해당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려면 불법 증축한 구간을 철거, 원상 복구를 한 뒤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A씨는 "만약 불법이라 영업을 못하게 되면 전 세입자에게 준 시설비, 간판 제작 등과 인테리어, 전자제품 등 들어간 비용만 1000만원이 넘어가는데 못 준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소송을 진행해도 100% 돌려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해서는 "전 세입자에게 반환 소송을 하고, 전 세입자가 건물주를 상대로 또 다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누리꾼 B씨는 "만약 처음부터 알았으면 7평만 영업신고하고 3평은 막아둔 뒤 허가를 받아 차후에 넓혔으면 됐을텐데 이미 구청 직원이 보고 간 거라 원상복구 밖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며 "정식으로 증축할 경우 3평에 대한 세금이나 비용을 무시할 수 없어서 건물주와 적당한 선에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적었다.
누리꾼 C씨는 "건물주와 부동산이 너무 무책임하다"며 "보상 얘기도 없이 빼라고만 하는 거면 진짜 악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누리꾼 D씨는 "부동산에서 알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소송해서 계약금 정도는 받겠지만, 들인 돈은 회수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누리꾼 E씨는 "구청은 영업허가 및 행정 관리에 책임이 있을 뿐, 민형사상 책임 공방의 중재 의무가 없으니 그렇게 나오는 것"이라며 "전 임차인과 권리계약이 아닌 계약 종료 후 임대인과 계약을 했으므로, 계약의 주체 및 건물의 원 소유자인 임대인에게 원상복구 및 이행강제금 납부를 말하고 분쟁 시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송하라"고 조언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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