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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 노동규제, 생산성 약화' 악순환의 3박자, 산업 공동화 키운다

전문가들, 미국 관세 부과 외에도
리쇼어링, 한국 낮은 노동 유연성
산업 공동화 문제로 꼽아
"개선 없으면 공동화 못 낮춰"

'강성노조, 노동규제, 생산성 약화' 악순환의 3박자, 산업 공동화 키운다
6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확정한 기본 관세가 미국 동부시간 5일 오전 0시1분(한국시간 5일 오후 1시1분)을 기해 시행되면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세계 대다수 나라의 제품에 10%의 관세가 부과되게 됐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산업계 및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외에도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리쇼어링'(해외에 이전했던 생산 시설이나 공장을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정책, 한국의 낮은 노동 유연성, 강성 노조, 수많은 규제 등이 산업 공동화를 가속화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새롭게 대선을 치르게 되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재추진과 이에 따른 노사간 갈등 요소가 수면 위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제 이견과 상법 개정안 등이 수년째 대립하는 상황이라 산업 공동화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6일 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질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고용이 위축되고 제조업이 '공동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관세에 대응해야하기 때문에 삼성, SK, 현대차 등은 투자를 늘릴 것이고, 국내 생산 측면에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첨단 기술과 고도의 숙련 인력을 필요로 하는 주요 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확대할 경우, 국내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도 부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한국의 산업 공동화는 리쇼어링을 추구하는 미국과 해외 진출을 장려했던 윤석열 전 정부의 정책이 맞아 더욱 속도가 붙은 문제"라며 "리쇼어링은 트럼프 1기, 바이든 정부, 이번 트럼프 2기까지 최근 미국이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태도는 간단하다. 미국에 수출을 하려면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라는 것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지난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해외 자회사가 국내 법인에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이를 비과세 적용하기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미국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 한국 공동화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발 관세뿐만 아니라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규제와 대립적인 노사관계도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노동 유연성은 일본, 홍콩 등 역내 다른 국가들 대비 낮다"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 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 유연성은 조사를 진행한 141개국 중 97위다. 역내 다른 국가 싱가포르(1위), 일본(11위), 홍콩(19위)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채용 및 해고 유연성도 한국은 102위에 그쳤다. 홍콩은 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는 3위에 위치했다.

실제 SK하이닉스가 총 120조원을 투자할 예정인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당초 계획이 발표된 시점 2019년이었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6년이 지난 올 2월이 돼서 착공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가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노조의 장기 파업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제철은 최근 결국 희망퇴직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 장벽과 정책 불확실성, 강성 노조 등도 복합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해외에서 이익을 내 국내 투자를 확대할 순 있지만, 이 같은 요소로 인해 투자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당장 60여일 내 치러질 대선을 두고도 걱정이 태산이다.
노동계가 다음 대선 과정을 사회 개혁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하며 강성 노조가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노란봉투법 재추진과 함께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기본권 보호 정책을 주요 정책 이슈로 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52시간 규제 등 근로시간도 막고 있지만, 일본만 봐도 월간 최대 초과 근무 45시간 등 훨씬 유연하게 풀어주고 있다"며 "이 부분들을 개선해야 한국의 산업 공동화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