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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관세우려에 외국인 6조 '매도폭탄'…살얼음판 걷는 韓증시 ['美증시 패닉' 불똥 튄 한국]

공매도 재개 일주일 '장세 혼돈'
하루 평균 거래 대금 1조원 돌파
"외국인 대형주 위주로 팔아치워"
美증시, 8개월 만에 4만선 붕괴
조정 국면 진입…불확실성 고조
"국내증시 당분간 보수적 접근을"

美관세우려에 외국인 6조 '매도폭탄'…살얼음판 걷는 韓증시 ['美증시 패닉' 불똥 튄 한국]

공매도 재개 일주일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주도세력은 외국인이다. 특히 미국 증시가 관세충격과 경기침체 우려로 8개월 만에 4만선이 붕괴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외국인의 공매도 압력도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이번 주 국내증시의 블랙먼데이 등 후폭풍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매도 일평균 1조2000억원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공매도 재개 이후 일주일간 관련 거래대금은 총 6조4045억원이다. 5거래일간 일평균 공매도 대금은 1조2809억원이다. 특히 지난 4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4222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735억원 늘어나는 등 4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매도 전면 재개 후 지난 1주일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체 증시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63%이다. 공매도 금지 이전이던 지난 2023년 10월 일평균 거래금액이 791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최근 공매도 거래대금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전체 거래대금 대비 비중도 당시 코스피 6.67%, 코스닥 3.49% 수준이었는데 최근 1주일간 평균은 각각 10.40%, 3.59%로 늘었다. 코스닥보다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가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지난 4일 공매도 거래비중 상위 종목 가운데 현대홈쇼핑은 공매도 거래대금이 무려 3조5800만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60%에 육박했다. 이어 한미반도체(40.48%), HPSP(38.69%), SK이노베이션(35.81%), LG디스플레이(31.71%) 순이었다. 상위 5개 종목 중 4개 종목이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1년5개월간 공매도 금지로 잔고가 10조원에서 3조원까지 줄었다. 다시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도 "이를 고려해도 규모가 크다. 공매도 재개 초기라서인지 글로벌 롱숏(저평가된 주식 매수·고평가된 주식 매도하는 투자전략) 때문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 우려도 있고 시장이 좋지 않던 상황에서 공매도가 재개돼 대형주에 공매도 수요가 몰렸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공세 거세질듯

공매도의 90%가량이 외국인에게 쏠렸다. 지난 4일 기준 외국인 공매도 비중이 코스피 시장에서 89.69%, 코스닥 시장에서 85.92%였다. 지난 3월 31일 이후 양 시장에서 모두 80%대 후반 넘는 비율을 유지했다. 공매도 금지 이전 외국인과 기관 비율이 7대 3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쏠림이 심화됐다.

앞서 정부는 공매도 재개에 앞서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단행했지만 아직 큰 변화가 목격되지 않았다. 이는 자금 유출입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요인으로도 해석된다. 외국인은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와 달리 시장 내 헤지(위험회피) 수단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최근 관세발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 고조로 미국 증시가 폭락을 이어가는 등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잿빛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 다우지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2231p(5.5%) 급락한 3만9314로 마감했다. 4만선을 밑돈 건 2024년 8월 13일(3만9765) 이후 처음이다.
나스닥 지수는 일주일 새 10% 이상 곤두박질쳤다. 한국 증시도 외국인 공매도 확산 등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가 조정국면 진입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의 공매도 규모가 커질 수 있어 보수적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