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변론
데이빗 맥클레인 조지타운 경영대 석좌교수
'주주 자본주의=단기 성과에만 집착'은 오해
기업가치 본질은 장기적 이윤 창출서 나와
기업은 사회적 요구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직원이 만족할 임금, 공급자엔 적정가격 필요
정부 규제 준수 등 이해관계자와 이익 합 추구
맥클레인 교수는 현재 조지타운 경영대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주식 수익률 예측, 행동재무, 그리고 금융시장과 기업투자 간의 상호작용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의 연구는 세계 최고의 재무학회지에 소개되었을 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언론들에 소개됐다. 그는 최근 '주주 자본주의의 정당성: 이익 추구가 모두에게 어떻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책을 발간했다.
데이빗 맥클레인 교수는 주주 자본주의를 지지한다. 주주 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하지만 단기 이익 추구, 직원·고객·사회적 책임 소홀, 시장 불균형 초래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기업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서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된다. 그러나 맥클레인 교수는 "기업은 사회적 요구에 휘둘리기보다는 장기적 주주 가치를 고려해야 하며 이해관계자와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와 주주 자본주의의 정의는.
▲'자본주의(capitalism)'라는 단어는 19세기 사회주의자들이 자신들을 대체하려 했던 경제 체제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경멸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이는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다. 자본주의는 특정한 철학이나 신념 체계가 아니며, 누군가가 발명해낸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래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고, 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된 경제를 뜻한다. '주주 자본주의'란 기업이 주주, 즉 소유주의 이윤과 부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부 비판론자들은 주주 자본주의를 '제로섬 게임'으로 본다. 주주가 이익을 얻는 만큼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시각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주주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단순히 주주의 이익만이 아니라 직원, 고객, 사회 등 기업의 '건강'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사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주주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이 직원과 고객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직원도 고객도 떠난다. 고객은 제품을 살지, 말지 선택할 자유가 있고 직원도 노동력을 제공할지, 말지 결정할 자유가 있다. 공급자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지 못하면 관계는 끝난다. 결국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직원에게 만족스러운 임금과 근로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공급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에 세금을 내고 규제를 준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충족해야만 기업은 이윤을 내고 주주에게 부를 가져다줄 수 있다.
―주주 자본주의가 단기 이익만을 쫓는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기업들은 현재 이익을 줄이더라도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를 한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목표로 하는 주주 가치 극대화는 '모든 미래 이익의 합'을 의미한다. 단기 이익만이 아니라 장기 이익이 훨씬 중요하다. 이는 금융 수업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컨설팅 기업 EY에 보고서를 의뢰해 기업들이 단기 주주 가치를 중시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유럽기업지배구조연구소(ECGI) 소속 교수 81명은 이에 반박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주주 가치는 본질적으로 장기 개념이다.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다. 기업이 주주 가치를 창출하려면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주주 가치의 정의는 하나이며, 주주 가치 극대화는 결국 가치 있는 모든 프로젝트에 투자해 장기적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주 자본주의는 미래까지 포함한 모든 이윤을 고려하며 경영자의 전략은 어느 특정 투자자의 투자 기간과 상관 없다. 투자자가 주식을 1년 보유하든, 20년 보유하든 경영 전략은 같다.
―ESG는 한동안 뜨거운 화두였다. 기업들은 ESG를 강조하려고 노력해 왔고, ESG 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도 많이 등장했다. 이런 움직임이 시장 전체에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을까.
▲ESG는 주관적인 평가체계다. ESG 점수는 해당 점수를 매기는 사람들의 믿음을 반영할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ESG는 유엔 관료들이 금융업계 경영진과 협력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념적 목표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ESG와 같은 주관적 평가 체계는 기업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개선하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실제로 ESG는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MIT 연구진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개의 ESG 평가 기관이 내놓은 점수를 분석했더니 그 방법론이 크게 달랐다. 예를 들어 한 기관은 282개 항목을 평가에 사용한 반면 다른 기관은 38개 항목만 반영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 6개 기관의 ESG 점수는 서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자 중 한명은 이렇게 말했다. "6개 기관이 한 기업의 ESG 점수에 대해 모두 일치한 경우는 없었고, 대부분의 경우 의견 일치가 거의 없었다." 문제는 ESG가 담고 있는 정치적 이념에 맞춰 기업 운영방식을 바꾸도록 강요하는 움직임이다. 이런 경우 행동주의자들이 주주들에게 일종의 세금을 부과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관철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기업 경영 개입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나.
▲ESG 등장 이전에도 현재 ESG를 홍보하는 유엔, 세계은행(WB), 세계경제포럼(WEF) 같은 국제기구는 또 다른 경제적 오류를 퍼뜨리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과거에 "세계 인구가 너무 많고, 천연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따라서 "빈곤을 줄이고 사회 붕괴를 막으려면 인구 증가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인구 과잉론'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절정에 달했다. 그러다가 위기 담론의 초점이 '과잉 인구'에서 '지구 온난화'로 바뀌었다. 이 인구 과잉론은 중국의 악명 높은 '한 자녀 정책'을 낳았고, 수백만건의 강제 낙태와 불임 시술로 이어졌다. 인도에서도 수백만명이 강제로 불임 시술을 받았는데, 이는 세계은행과 유엔인구기금의 자금 지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거시경제 데이터는 빈곤 감소가 인구억제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도와 중국은 1970년대 인구억제 정책이 정점이었을 때보다 현재 인구가 더 많지만, 훨씬 더 번영하고 있다. 보다 일반적으로 보면 1970년에는 세계 인구의 45%가 극빈층이었지만, 현재는 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세계 인구는 두 배 이상 늘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빈곤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주요인은 아시아와 동유럽에서 일어난 시장개혁이다. 이 지역에서 자본주의가 장려되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부를 창출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며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주주 자본주의가 잘 작동하려면 투자자들도 근시안적이지 않고 결과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정말로 투자자들이 근시안적이고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자.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6배다. 구글의 PER은 24배, 테슬라는 177배다. 규모가 더 작고 젊은 기업들의 PER이 이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근시안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나는 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전망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본주의를 비판할 때 흔히 등장하는 허수아비 논법(허구의 약점을 공격하는 논리)은 자본주의가 이론처럼 현실에서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떤 것도 이론처럼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불완전하다. 현실의 선택은 불완전한 대안들 사이에서 최선의 것을 고르는 과정이다. 주주 자본주의에서도 불완전한 기업들이 불완전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불완전한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 그런데 주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또 다른 불완전한 장치를 도입하려고 한다. 그들이 스스로 기업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사회를 어떻게 규율할지를 과도하게 결정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개입은 단지 주주들에게만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규칙과 규제를 설정하는 권리까지도 침해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관세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기업세, 각종 규제, 에너지 사용 제한 역시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 트럼프는 이러한 요소들을 완화할 계획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트럼프의 정책들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했다가 두 나라가 불법이민과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통제 강화에 합의하자 이를 유예했다. 현재 미국에는 약 1200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있고,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도 최근 몇년간 20만명을 넘어섰다. 트럼프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언론 보도는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다른 국가들이 미국 기업에 가하고 있는 관세와 무역 장벽에 대한 보도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EU는 오랫동안 미국산 자동차와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매겨왔다. 캐나다는 미국 금융서비스 업체와 은행의 진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농산물 수입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의료 분야 역시 자유시장 체제가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 제약사로부터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사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인들은 비싼 신약 개발비용을 부담하면서 사실상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성규 교수는 현재 윌라멧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에서 경영학 학사·경제학 석사를,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홍콩이공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정리 =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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