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의 '세대교체'...새로운 갈등 요소로
3일 서울 압구정·성수동 일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기다리다 기다리다, 빛을 못 보고 돌아가신 분도 많아요. 그 와중에 새로 들어온 소유자들은 조합을 뒤집어엎자고 하고..."(A 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조합원)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사업 상당수가 장기간 지지부진하면서 조합 내부에서는 '세대갈등'이 새로운 충돌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20여년 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A재개발 사업의 한 조합원은 "많은 어르신들이 곧 되겠지 싶어 낙후된 빌라를 떠나지 않거나 대체주택을 임시거처로 구하며 지내셨는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며 "사실상 조합도 세대교체가 되고 있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 조합원들과 신규 조합원들 사이의 잦은 의견 충돌이다. 이 조합원은 "젊은 층은 조합원 절반이 교체됐는데 오래된 조합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게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라며 "조합을 새로 꾸려서 투명하게 운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B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의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단체대화방에서는 1~5년차 3040세대 소유주들이 10년 이상 조합을 이끈 임원들에게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집값이 3배 이상 올라 기존 조합원들보다 훨씬 비싼 돈을 주고 조합원이 됐다"며 "우리 의견을 묵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해당 아파트는 10년 전인 2015년 매매가가 9억원대였지만 현재는 27~28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터줏대감"이라며 맞서고 있는 60~80대 기존 조합원들은 "하던 대로 운영해야 그나마 빨리 진행된다"며 신규 조합원들을 배척하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정비사업이 20년, 30년 장기화 되다 보니 세대 갈등, 신구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된 양상이다.
이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
이점옥 신한금융그룹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일부 원주민들은 이미 거처를 옮겨 다른 동네에 거주하는 등 사업장이 원주민만의 공간이 아니게 됐다"며 "부모 세대에게 상속받는 조합원도 생기고 조합 구성이 다양해져 내부 소통이 어려워진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을 매입할 때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인가, 후인가 따라 대출이나 실거주 등 규제 요건도 달라져 원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갈등 조율이 정비사업 추진의 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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