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中·日보다 덜 떨어져
EU 재정 확대 기대감 커져
방산기업 중심 매수세 몰려
전문가 "중국 기술주 주목"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일본, 중국 등 주요 아시아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주요 아시아 국가가 집중 타격을 맞자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반면, 독일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던 유럽 증시에는 꾸준한 자금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일본 주식을 1억8300만달러어치(약 2683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학개미는 일본 주식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이달 매도 전환했다.
중국 증시의 자금 흐름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중학개미의 중국 주식 순매도액은 732만달러(약 107억원)다. 중학개미는 지난달 1100만달러어치(약 161억원)를 사들였지만 이달 다시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아시아 증시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관세 전쟁을 선포하면서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크게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발을 뺀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하루에만 일본 니케이225 지수와 중국 심천 종합 지수는 각각 7.83%, 10.63% 하락했다.
일본의 경우 '엔고' 현상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엔화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출 중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2년 만에 100엔당 1000원선을 넘어섰다.
신한투자증권 이주은 연구원은 "관세 부과와 엔화 상승으로 일본 증시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수출주는 이익 모멘텀이 약해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기업들이 5월 부진한 실적 전망치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금이 몰리는 시장도 있다. 이 기간 개인은 유럽 증시에서 5500만달러어치(805억원)를 순매수 했다. 지난 1월 1300만달러, 2월 3700만달러, 3월 8600만달러로 꾸준히 유럽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던 개인 투자자는 이달에도 어김없이 순매수를 이어갔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재정정책 확대에 나서면서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자 투자 심리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EU가 27개 회원국의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8000억원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세웠는데 방산 기업을 중심으로 수혜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럽증시에 상장된 유동성 높은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인 유로 스톡스50은 이날 4.60% 하락하며 주요 아시아 증시 대비 하락폭이 적었다.
신영증권 이상연 연구원은 "EU에서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더해 독일에서는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국장 투자 계획이 통과되면서 방산을 중심으로 유럽 증시가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며 "이에 유럽 증시 쪽으로 기대감이 몰리면서 자금이 흘러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향후 유럽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향후 주목해야 할 국가를 꼽는다면 재정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중국이 좋은 성과를 보일 것이며, 특히 내수 소비보다는 기술주 위주로 대응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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