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

'남 입었던 거면 어때'..고물가에 중고거래 패션몰 뜬다

'남 입었던 거면 어때'..고물가에 중고거래 패션몰 뜬다
서울 중구 명동의 의류 매장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물가에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패션 전문 플랫폼 무신사가 40조원대 국내 리커머스(중고거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에 이어 무신사까지 참전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이 패션업계의 한 영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할지 주목된다.

무신사는 올해 3·4분기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론칭한다고 8일 밝혔다. 무신사 유즈드는 패션 중고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리커머스 서비스다. 무신사는 서비스 출시를 위해 지난 2월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고, 지난달에는 주주총회를 거쳐 사업목적에 '중고 상품 도소매업 및 판매 중개업'을 추가했다. 무신사는 앱 내에서 중고의류를 사고팔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입점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1만5000여 개 이상 브랜드의 패션 및 잡화 중고거래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10여년 전 커뮤니티 시절부터 쌓아온 패션 마니아들의 구매 경험과 선호 브랜드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무신사 유즈드에서 편의성과 신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가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든 건 국내 리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2008년 4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 변화와 고물가 영향으로 지난해 30조원을 넘긴 뒤 올해는 43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중고 의류 시장은 지난해 5조6000억원대에서 2028년엔 10조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과거 '남이 입던 헌 옷' 정도로 취급받던 중고 의류는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출생자)'의 등장, 고물가 속 소비심리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중고 의류에 대한 인식변화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스레드업에 따르면 세계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2021년 1410억 달러(208조원)에서 올해 2640억원 달러(389조원), 2028년에는 3500억 달러(약 5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클로는 2023년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중고 의류 전문 매장을 연 후 치토세다이점 등 3개점까지 확대했다. 자라도 같은 해 말부터 영국, 프랑스 등에서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등 관련 서비스를 확대했다. 국내에도 차란, 후루츠패밀리 등 다양한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이 등장했다. 리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로 적자에 허덕이던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수익성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원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지역 타깃팅 광고 서비스 확대 등으로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부터 흑자를 내고 있다.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안전거래 전면 도입 이후 이용자가 수수료를 내고 거래하는 유료 거래액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유료 거래액은 9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시장은 고객 취향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며 중고 의류 등 상품에 대한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패션 플랫폼 중 가장 규모가 큰 무신사가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들면 업계 생태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