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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 고발한 '강군의 조건'… 강한 군대 위한 네 가지 조건 제시

군 내부 고발한 '강군의 조건'… 강한 군대 위한 네 가지 조건 제시

[파이낸셜뉴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그날, 혼란 속에서도 군의 누구도 “안 된다”는 말을 외치지 않았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대한민국 군대의 본질을 되묻게 만들었다. 과연 군은 정치의 도구가 아닌 국가의 수호자인가? 이 책은 예비역 3성 장군이 34년간의 군 생활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군대의 구조적 문제를 냉철히 진단하고 근본적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다.

'강군의 조건'은 대한민국 군대의 현주소를 파헤치고 진짜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인 강건작 예비역 중장은 야전 지휘관부터 국방 정책, 연합사, 청와대 안보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군이 처한 위기를 단순한 사건이 아닌 구조적 병폐로 바라본다.

책은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한다. 저자는 “왜 군이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반복된 계엄령의 역사 속에서 군이 정치화되고 약화돼 온 과정을 고발한다. 정치적 중립성의 상실은 물론, 장군들의 책임 회피와 리더십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며, 군은 명령 수행자 집단이 아닌 독립적 판단력을 갖춘 전문 조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한 군대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정치적 중립성’이다. 저자는 5·16 군사정변, 12·12 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망하며, 법이 정한 계엄 권한이 어떻게 정치적 야망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는지를 설명한다. 장군들이 침묵하거나 방관한 현실은 군 전체의 신뢰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전쟁할 수 있는 군대’다. 저자는 한국군이 세계적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실전 수행 능력, 독자적 작전 기획 역량이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경계작전에 몰두하는 현재의 군 구조로는 전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독립적 지휘체계를 갖춘 실전형 군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 조건은 ‘일본군 잔재 청산’이다. 구타와 기합, 상명하복 문화 등은 일본군의 유산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것이 군대 내 폭력과 비극을 초래해 왔다고 지적한다. 윤 일병 사건과 같은 인권침해는 시스템의 문제이며, 미군과 유럽군의 사례를 참고해 병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네 번째 조건은 ‘미래를 준비하는 군대’다. 저자는 인구절벽, 북한의 핵 위협, 기후 위기 등 복합적 안보 환경 속에서 군의 대응이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병력 중심 방어에서 기동형 방어로의 개념 전환, 예비군 제도의 실질적 개편이 필요하며, 기존의 전력 증강 중심 국방에서 벗어나 구조적 혁신이 군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군의 조건'은 단순한 비판서가 아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군이 77년간 침묵해 온 자기 성찰을 시작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설계도를 담고 있다. 저자는 “군 스스로 과거를 직시하고, 실패를 기록하며,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장군과 장교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던지는 호소문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 사회적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