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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등 포인트 없고 高관세 타격… ‘L자형 저성장’ 지속[삼성전자 '트럼프 변수' 긴장]

2분기까지 이어지는 ‘바닥론’
파운드리·시스템LSI 적자 기조
베트남·인도 생산기지 高관세율
휴대폰·가전 판매에도 타격 우려
HBM 실적개선 여전히 변수 많아

메모리 반등 포인트 없고 高관세 타격… ‘L자형 저성장’ 지속[삼성전자 '트럼프 변수' 긴장]
삼성전자가 'L자형'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실적 반등 시기가 후퇴하면서 1·4분기 바닥론이, 다시 2·4분기 바닥론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메모리 사업이 큰 폭의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에서 대규모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2·4분기부터는 트럼프발 경기침체 우려에 관세 영향 본격화로 휴대폰, 가전 및 완제품은 물론이고 향후 반도체 부문까지 연쇄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파운드리, 조단위로 흑자 까먹었다

8일 당초 4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전년 동기 대비 0.15% 감소)으로 집계된 것은 갤럭시 S25 출시효과와 주력인 메모리 D램 출하량 증가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예상 외의 선방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소비촉진 정책(이구환신 효과)으로 스마트폰·PC 등의 추가 전방 IT 수요가 발생, 메모리 사업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된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시행을 앞두고 메모리 출하량이 급증하면서 막판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근원 경쟁력'의 회복 신호로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엔비디아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LSI의 고질적 적자구조가 지속되고 있어 특단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시장 전망치로는 1·4분기 반도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에서만 약 2조5000억~2조70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메모리사업 이익분(3조원대 중반)을 상당 부분 반납하는 규모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4분기(1조9000억원)보다도 후퇴한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반도체 부문에서만 분기 10조원에 육박(2022년 2·4분기)하는 이익을 냈던 상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2·4분기 불확실성 그 자체"

관건은 2·4분기다. 당초엔 2·4분기부터 메모리 사업을 중심으로 반등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런 시각도 다시 후퇴되는 분위기다. 트럼프발 관세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휴대폰·노트북 등 완제품 판매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반도체까지 연쇄적으로 수요위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의 해외 휴대폰 생산기지인 베트남(46%), 인도(26%)는 미국으로부터 고율의 관세폭탄을 맞은 상태다.

2·4분기부터는 갤럭시 S25 신제품 출시효과도 빠르게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에 HBM 납품이 성사된다 해도 이미 SK하이닉스가 상당부분 공급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즉각적인 실적 견인 효과는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D램 일부 제품군의 가격 인상 추진인데 이 역시 글로벌 시장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2·4분기 HBM 판매량은 대형고객 부재로 크게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DDR5 고정거래 가격은 안정되나 시장 내 재고가 많고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DDR4와 낸드 고정거래가격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4분기에는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다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범용 메모리 제품 가격이 반등하더라도 상승 폭과 상승 기간은 시장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엔비디아로부터) HBM3E 품질인증을 받더라도 경쟁사들이 이미 (엔비디아 공급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실적개선에는 여전히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