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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기 속 '창업정신' 되새긴 SK

창립 72주년 비공개 기념행사
최태원 회장 등 오너 일가 참석
직물사업서 시작 재계 2위 우뚝
'딥체인지'로 IMF 등 위기 극복
이젠 HBM으로 글로벌 입지 강화
고 최종건 SK 창업회장(왼쪽)이 지난 1969년 수원 선경직물 폴리에스테르 원사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SK 제공

글로벌 위기 속 '창업정신' 되새긴 SK
SK그룹이 창립 72주년을 맞아 창업정신을 기렸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고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 오너 일가와 일부 경영진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외환위기(일명 IMF) 외 금융위기 등 수차례 파고에도 오너 일가의 '형제경영'과 '딥체인지'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지난 1953년 직물사업에서 시작한 SK는 1980년대 섬유에서 정유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이후 1990년대 정보통신, 2010년대 반도체 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자산 기준 재계 2위로 성장했다.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을 창립한 최종건 창업회장은 국내 첫 직물 수출 기록을 썼고 아세테이트·폴리에스테르 공장 건립, 1973년 워커힐 호텔 인수 등으로 사세를 넓혔다.

1973년 최 창업회장 별세로 경영권은 친동생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받았다. 1980년에는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인수에 성공하며 변곡점을 맞이했다.

최 선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측과의 오랜 교분을 발판으로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국내에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이뤄냈다. 선경은 석유공사의 이름을 '유공'으로 바꾸고 화학과 소재, 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최 선대회장은 차기 주력사업으로 정보통신을 낙점하고 1984년 미국 주재 미주경영기획실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만들었고, 1991년 '대한텔레콤'을 설립했다.

대한텔레콤은 이듬해 정부의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공모, 사업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특혜설'을 제기하자 최 선대회장은 "특혜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할 수는 없다"며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선경은 이후 2년 뒤 정부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 공개 입찰에 참여, 4370억원으로 지분 23%를 사들이며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최 선대회장은 1998년 그룹명을 'SK'로 바꾸고 새 도약을 선언했으나 그해 별세하며 장남 최태원 회장이 SK 수장에 추대됐다. 최 회장은 에너지와 정보통신을 두 축으로 하는 SK의 사업구조를 발판 삼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이겨냈다.

2011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3조3747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최 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를 출범시켰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매년 연구개발(R&D)로만 조 단위 금액을 쏟아부었고, 최근에는 10년 넘게 독자개발해온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고 있다.

최 회장은 창립 72년을 맞은 올해 한국 경제가 마주한 위기를 미국발 관세전쟁, 관세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AI 등 '삼각파도'로 정의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선제적 리밸런싱을 진행하고 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