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관세폭탄에 IPO도 뚝 끊겼다 [뚝 끊긴 IPO]

이달 상장 예심청구 기업 단 1곳
증시 부진에 공모주 시장 급제동
"지켜보자" 기류 속 아예 포기도

미국발 관세 공포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급격한 변동성 확대로 기업들의 증시 입성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상장신청이 급감하는 등 IPO 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은 스팩을 제외하고 단 1곳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도전장을 내민 대한조선이 유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무려 8곳이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에 나섰던 것에 비하면 거의 올스톱 상태다. 지난달로 기간을 늘려 봐도 규모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올림플래닛, 에스투더블유, 젠바디, 호룡, 포이닉스 등 6곳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12곳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상장 신청건수가 급감한 건 증시 부진 영향이 컸다.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 2300선까지 급락하는 등 증시 리스크가 고조되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사이에서는 시장을 지켜보자는 기류가 짙어졌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증시가 부진하면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유의미한 가격을 받을 가능성도 함께 낮아진다"며 "이 때문에 상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DS투자증권 조대형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되고, 불확실성 역시 남아 있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상장에 나서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평가했다.

IPO 시장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비우호적이다. 국내 증시의 뚜렷한 반등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공모주 시장도 크게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들의 코스피 지수 예상범위 하단도 잇따라 낮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의 상장철회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에는 트럼프 리스크에 국내 증시가 휘청이면서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씨케이솔루션 등이 공모 과정에서 줄줄이 상장 추진을 접었다.

IPO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조차 상장 시기를 늦춰야 할지 고심하는 상황이 됐다"며 "증시가 살아나지 못하면 상장을 백지화하거나 연기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