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까지 가격 동결하며 관망
정부간 협상 결과 따라 대응 마련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시작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에서 3개월치의 판매 물량을 기반으로 일단은 가격 인상 없이 최대한 버티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우리 정부와 미국 측과의 관세 협상 결과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미국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오는 6월 2일까지는 현지에서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일단은 보유한 재고분으로 판매량을 유지하고, 추후 상황을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딜러들이 보유한 재고 물량은 3.2개월, 기아는 2.8개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재고 물량(2개월 수준) 보다는 1개월 정도 많은 수준이다.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 조치는 각 국가별로 세율이 다른 상호관세와 달리 한국산 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차에 동일한 25%가 적용된다는 점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관세 부과에도 일단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만큼, 당분간은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제너럴 모터스(GM), 도요타, 포드에 이어 점유율 4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 업체인 GM과 포드를 빼면 도요타와 현대차·기아가 현지에서 수입차 점유율 1·2위 업체인 셈이다.
현대차·기아 최고경영자(CEO)들은 상황을 따져보며 셈법 계산에 들어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일 서울모빌리티쇼 언론 공개 행사에서 "발표된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해 그 영향을 면밀히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도 "기아는 (미국 관세 정책에) 가장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방향 설정이 나오면 어떻게 신속하게 대응할 건지 연구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단은 버티는 전략을 세운 현대차·기아는 양국 정부 간 관세 관련 추가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25% 관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결국에는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 재고량을 보면 6~7월부터는 관세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판매량은 일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현지 생산 확대를 더욱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단기적으로는 대미 통상 외교를 강화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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