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부터 韓 25% 관세율 적용
베트남 46%, 중국 104% 관세폭탄
현지 진출 삼성, LG등 관련기업 비상
대응력 취약 중소기업계 긴장 고조
관세119 상담건수 2145건 집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에너지 생산 증대 관련 행사를 열고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트럼프발 관세태풍이 9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한국 수출전선에도 상륙했다.
25% 상호관세를 맞은 국내 사업장은 물론이고, 무려 104%, 46% 관세폭탄이 떨어진 중국과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이 일제히 비상국면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필두로 1만여 한국 중소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 현지는 충격 그 자체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국정공백 사태로 한미 관세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9일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 직전 일주일 간(4월 2일~8일) 정부의 관세 관련 통합상담창구인 '관세 대응 119'에 821건의 관세 상담이 폭주했다. 직전 주인 3월 마지막주(3월 26~4월 1일, 237건)대비 3.5배나 증가했다. 관세대응 119가 운영되기 시작한 지난 2월 19일부터 전날까지 약 한 달 보름 간 총 상담건수는 2145건으로 집계됐다. 한국무역협회로도 관세율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반도체 부품을 만드는 A사 대표는 "미국의 관세부과 여파로, 대기업들로부터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져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중국, 인도 등 해외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비상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에 있는 박닌, 타잉응우옌 등 두 곳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50%를 소화해왔다. 한국 구미, 베트남, 브라질, 인도 등에 운영 중인 스마트폰 공장 가운데 베트남 규모가 가장 크다. 미국 수출 물량의 상당수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LG그룹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들이 베트남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대한 46%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최대한 빨리 관세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으로 찾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 세계 대상 상호관세가 발효된 9일 부산산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수출 1위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등 3사도 비상국면에 돌입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25% 품목별 관세적용으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63억5778만달러(약 9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발표한 대미 관세피해 산업지원책에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긴급지원이 대거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전체 수출 중 대미 수출비중이 49.1%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기존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2조원 늘리는 것을 필두로, 중소중견기업 대상 수출바우처 1000억원 이상 증액(현재 2400억원), 중형 조선사에 대한 선수급 환급보증(RG)발급 확대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25%라는 고율의 관세가 해소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반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을 면제받거나 재조정받는 등 적극적인 대미협상이 전개되지 않는 한 관세타격이 눈덩이처럼 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은 일단 국가별 협상이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협상팀에 상호 관세 등과 관련해 국가별로 맞춤형 협상을 할 것을 지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를 받을 것이며,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조선업계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 대책에 포함된 중형 조선사 지원책과 관련, 늑장대응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늦게라도 다행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들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핀셋 지원을 통해 중국에서 이탈하는 물량 수주를 늘리고, 세제 및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권준호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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