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전혀 봄 같지 않다. 교정에는 예쁜 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고 있고 봄이 이미 저만치 와있건만 국내외 정치경제환경은 아직도 완연한 겨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약탈적 관세부과가 현실화되면서 환율은 연일 요동치고 있고, 주식시장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파면으로 국내정치는 리더십 실종,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 형국이라 하겠다.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상황에는 오히려 보다 근본적이고 사회 전반적인 구조개혁, 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초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기술혁명의 앙상블로 우리의 자랑인 교육이 근본적인 혁신의 도전을 받고 있다. 암기 위주, 실수 덜하기 중심의 한줄세우기 경쟁체제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 대량생산, 패스트팔로어 시대의 인재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기 어렵다.
3년 전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 연금개혁, 노동개혁과 함께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교육부도 교육개혁 9대 과제를 선정해 사회 난제를 풀어보려 팔을 걷어붙였다.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이라는 비전하에 유보통합과 늘봄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및 돌봄, 교실혁명과 입시개혁을 통해 교육현장의 담대한 변화, 그리고 교육발전특구, 글로컬대학, 대학혁신생태계 조성, 교육부 대전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방과 국가의 동반 도약을 약속했다.
현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교육개혁이 사회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시스템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변화에 그치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현장이 바뀌기 위해서는 비전처럼 모두의 맞춤교육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가 다양해지고 지역이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교육부만 보이는 것은 문제다.
첫째, 유보통합은 고질적인 사일로 행정의 소산으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으로 거버넌스 관리체계를 달리해오던 것을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첫 단추는 끼웠다. 하지만 여전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기준안 마련과 통합법 제정이 요원하며 지방단위에서 영유아 교육 및 보육 관리체계 일원화에 걸림돌이 되는 교사처우 및 양성프로그램 개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둘째,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해 사교육을 경감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준비를 거쳐 학생의 미래역량을 키우는 입시제도를 현장에 뿌리 내리게 하겠다는 다짐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최근 발표된 사교육비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초중고생 사교육비는 29조2000억원, 유아 사교육비는 3조2000억원으로 발표되었다. 교육부 1년 예산의 3분의 1이나 되는 규모의 사교육비는 선행학습, 앞서거나 한줄세우기가 급해서 지출하는, 공부하는 즐거움하고는 거리가 먼 안타까운 지출인 것이다. 정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하나로 제시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1분 일찍 종료한 수능시험에 대해 국가가 수험생 1인당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획일적인 선다형 수능으로 미래인재선발의 효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교육발전특구, 글로컬대학, 대학혁신생태계 조성, 교육부 대전환 프로그램은 모두 방향은 제대로 설정된 정책이다.
하지만 고등교육법이 아직 진흥법으로 바뀌지 못하고 있어 규제 중심 행정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학생 수는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칸막이 재정구조로 대학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새 정부 교육부는 미시적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대학을 옥죄기보다는 국가교육위원회와의 적절한 분업, 과감한 지방분권화 등을 통해 몸집은 대폭 줄이고 뼛속부터 지원부서로 거듭나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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