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롤러코스터 장세에 하루새 투자자들의 희비가 크게 갈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로 나스닥과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각각 12%, 6% 폭등하면서 상승에 베팅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하락을 내다본 인버스 ETF는 하루 만에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는 30.58% 상승 마감하면서 이날 국내 전체 ETF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상장 2배 레버리지 ETF의 가격제한폭은 상하 60%에 이른다.
간밤 미국 증시가 이례적 폭등하면서 이를 따르는 국내 레버리지 ETF 수익률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관세 조치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히자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12.16% 급등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 상승 폭은 지난 2001년 1월3일(14.17%)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이다.
미국 증시 상장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수익률도 크게 뛰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학개미들은 이달 초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전후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반등을 기대하며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모은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7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종목 1·2위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4억8297만달러)과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2억4057만달러)였다. SOXL의 경우 지난 3~8일 4거래일 동안 49.2% 폭락한 뒤 9일 하루 동안 54.79% 폭등하는 역대급 변동성을 보였다. TQQQ 역시 3~8일 35.1% 급락한 뒤, 9일 하루 35.24% 급등했다.
이날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 급등에 힘입어 2400선 안착에 성공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6.6% 상승한 2445.0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상승 폭은 지난 2020년 3월20일(7.44%) 이후 5년 1개월 만이다.
코스피·코스닥 레버리지 ETF를 사모았던 개인 투자자들도 그간 증시 부진에 따른 손실을 이날 대폭 만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1·2위는 KODEX 레버리지(6787억원)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991억원)였다. 두 상품은 이날 12.15%, 12.22% 상승 마감했다.
반면 한미 증시에 상장된 지수 인버스 ETF 수익률은 이날 하루 새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이달 초부터 양국 증시가 급락하자 추가 '숏' 베팅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RISE 미국반도체인버스'(합성H)'은 이날 18.67% 하락했고 뒤이어 'KIWOOM 200선물인버스2X'(-13.27%), 'ACE 미국빅테크TOP7Plus인버스(합성)'(-13.10%) 등도 대폭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나스닥100 지수 3배 인버스 ETF SQQQ도 간밤 35.28% 급락했다.
이 상품은 미국 증시 폭락 직전이었던 지난 4월 1~2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3위(1857만달러)에 오를 정도로 매수세가 몰린 바 있다.
트럼프 상호관세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대한 투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레버리지·인버스는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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