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만나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 TSMC를 방문,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을 협의했다. 6세대 HBM4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대만 출장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10일 재계 및 대만 언론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곽노정 사장과 함께 대만 출장길에 올라, TSMC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최 회장은 에이수스, 위스트론 등 대만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와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해 대만 방문 당시 웨이저자 TSMC 이사회 의장(회장)과 회동했었다. 양측은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며 HBM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SK하이닉스와 TSMC는 지난해 HBM4 개발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루빈'에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제작,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게 보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23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TSMC 주최로 열리는 기술 심포지엄에 참가, HBM4와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행사에서 HBM3E(5세대) 제품을 소개했었다.
HBM4에는 최초로 파운드리 공정이 사용된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인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Base Die)를 만들었으나, HBM4부터는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TSMC의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면 고객사가 원하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성능과 전력 효율도 개선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6세대 HBM인 HBM4 12단 양산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차세대 HBM4E도 적기에 공급해 HBM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앞세워 올해 1분기(1~3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업계 1위로 도약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5배 이상 비싼 고부가 제품으로,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업계는 최 회장의 이번 방문이 미국발 관세 전쟁 고조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만에는 TSMC 외에도 폭스콘, 위스트론 등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기업이 상당수 있다.
대만 언론들도 미국발 관세 폭풍 이후 최 회장이 가장 먼저 방문한 국가가 대만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TSMC·엔비디아’ 삼각 동맹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5’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났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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