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홈플러스
현금 마련 위해 상시할인 체제로
하루살이 영업에 납품사 불안 여전
잇단 할인에도 고객 관심 떨어져
"직원 월급·대금 지급 감당될지 의문"
지난 11일 저녁 '힘내자! 홈플러스' 할인전이 진행 중인 서울 동대문구 홈플러스 동대문점 매장이 한산한 분위기다. 사진=이정화 기자
"평소보다 확실히 사람이 없긴 하네요."
지난 11일 오후 7시께 서울 동대문구 홈플러스 동대문점. 호객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시간대지만 육류와 생선코너엔 직원도 없이 썰렁한 분위기였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매장 구석 맥주코너에서 "한 번 시음해 보세요" 외치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무알코올 맥주 진열대엔 이가 빠진 것처럼 물건이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2주 넘게 납품을 중단한 서울우유의 빈자리 탓인지 우유 진열대는 우유를 앞으로 당겨 진열하는 직원의 손길이 분주해 보였다. 매장 곳곳에선 프라이팬 '50% 할인', 두부 '1+1' 등 다른 마트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할인행사에도 매장 분위기는 한산했다.
할인판매 중인 딸기를 살피던 김모씨(70)는 "집 앞이라 거의 매일 같이 산책하듯 마트에 오는데, 확실히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부터 세일을 많이 하는 느낌"이라며 "과일보다 휴지나 프라이팬 같은 공산품을 싸게 팔아서 많이 샀다"고 말했다.
■하루살이식 영업에 불안감 여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40일째를 맞은 홈플러스가 현금 창출을 위해 사실상 상시 할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하루살이식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납품업체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됐던 대주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은 규모나 방식 면에서 미온적이라 사태를 수수방관한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같은 날 서울 성북구 홈플러스 월곡점. 지하철 6호선 월곡역과 연결된 점포라 접근성이 좋은 편인 이 매장은 평일 오후에도 꽤 많은 고객이 장을 보고 있었다. 지난 10~16일까지 진행하는 '힘내자! 홈플러스' 할인전 행사를 알리는 홍보물이 매장 곳곳에 붙어 있었다. 마트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우유 매대에 서울우유 상품 납품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유독 눈에 띄었다. 서울우유는 대금 지급 문제를 이유로 지난달 20일부터 3주가량 홈플러스에 납품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후 매일 들어오는 현금으로 상거래 채권을 지급하고 있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창립 28주년 기념 할인행사인 '홈플런 이즈백(2월 28일~ 3월 12일)', '앵콜! 홈플런 이즈 백(3월 13~16일)', '창립 홈플런 성원 보답 고객 감사제(3월 27일~4월 2일)', '힘내자! 홈플러스(4월 10~16일)' 등 연일 행사를 열며 사실상 상시 할인 체제로 전환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후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상거래채권을 우선지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까지 홈플러스가 지급한 상거래채권의 누적 지급액은 6893억원이다.
■할인행사 반복에 주목도 떨어져
홈플러스가 50% 할인, '1+1' 등 파격적인 행사에 고객의 '반짝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하루살이 영업으로는 조만간 현금이 말라 영업 중단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행사로 소비자 관심이 떨어진 데다 서울우유의 납품 중단 이후 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며 '도미노 납품중단'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아서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변제해야 할 채권 규모는 2조7000억원이다. 금융기관 대여금(신용) 채권, 상거래 채권 등인 회생 채권이 2조6691억 원(289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결정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달 16일 김 회장의 사재 출연과 카드 물품 대금 기초자산 유동화 단기채권(ABSTB)의 잔액 4618억원 전액 변제 등을 약속한 바 있지만 실제로는 미온적인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할인행사를 통해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진행한 창립기념 '홈플런' 행사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는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1~3월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방식의 영업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하루하루 영업에도 돈이 들어가는데, 직원 월급에 대금 지급까지 홈플러스가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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