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취한 리더의 독선
자신도 파탄으로 몰아가
냉철한 자기인식이 중요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또다시 대통령이 탄핵된 현실 앞에서 리더의 자격을 곱씹어 본다. 대통령제가 만들어진 미국에서는 1789년 취임한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2025년 현재 47대 대통령인 트럼프까지 236년 동안 3명의 대통령에 대해 탄핵 절차가 진행되었으나 실제 탄핵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주인공인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자진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공화당 소속이었던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조직이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던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게 발각되면서 시작됐다. 단순절도 사건으로 묻힐 뻔했으나 워싱턴포스트가 내부고발자의 증언을 토대로 추적 보도하면서 실체가 공개됐다. 닉슨은 보좌관을 해임하는 선에서 무마하려 했으나 백악관 집무실 대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사퇴 압력과 함께 탄핵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닉슨은 명백한 불법 행위와 증거가 나왔음에도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 은폐와 잘못을 측근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거듭된 거짓말이 탄로나면서 여론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소속 정당인 공화당도 등을 돌렸다. 결국 법사위에서 직권남용, 사법방해 혐의 등으로 탄핵소추 개시안이 의결됐다. 탄핵되면 형사소추까지 받게 될 것을 우려한 닉슨은 사퇴를 택했다. 그러나 닉슨은 민주주의제도를 냉소적으로 무시했으며, 노골적으로 사법권을 방해하고 헌법을 위반한 사람이라는 악평을 받았다.
언론인 출신 작가 네이선 밀러는 미국 역대 대통령과 관련된 역사서, 편지, 일기, 연설문, 연방의회 회의록, 관계자 증언 등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최악의 대통령(원서: Star-Spangled Men)'이란 책을 출간했다. 밀러는 무능한 이상주의자 지미 카터, 고집불통 윌리엄 태프트, 기득권의 허수아비 벤저민 해리슨, 무위도식을 일삼은 캘빈 쿨리지, 부정부패를 조장한 율리시스 그랜트, 타협과 협상을 거부한 앤드루 존슨, 남북 갈등을 방관한 프랭클린 피어스, 남북전쟁을 부추긴 제임스 뷰캐넌, 백악관을 무능하고 부정한 사람들로 채운 워런 하딩, 헌법정신을 훼손한 리처드 닉슨 등 10명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선정했다. 권력은 상대방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이다. 올바르게 사용하면 세상과 조직을 혁신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을 갖게 되면 '조망수용능력(perspective taking ability)'이 떨어진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조망수용능력은 다른 사람의 생각, 지식, 감정 등을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공감력이다. 한편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필립 짐바르도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통해 권력을 갖게 되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향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트리니티칼리지 신경심리학과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그의 저서 '승자의 뇌(원제 'The Winner Effect')'에서 리더가 권력에 취하면 그의 뇌는 사나운 개가 된다며 권력의 오남용을 경고했다. 권력중독도 섹스, 마약, 알코올 중독 등과 같은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갖고 있어서 잘못 사용된 권력은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파탄으로 몰아넣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에 취한 리더의 독선은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잘나가던 회사의 문을 닫게 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한 대가는 구성원 모두의 몫이 된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전혀 깨닫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자격기준은 매우 엄격해야 한다. '직위 권력'에 기대어 독단적 의사결정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다양성을 슬기롭게 통합하여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역량이 국가와 사회,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리더에게 과거의 실적이나 경력보다 냉철한 자기인식이 더 중요하게 강조되는 이유다. 리더는 권력의 화려함보다 책임의 무게를 깨닫는 데서 탄생하며, 구성원을 위해 존재할 때 비로소 리더의 자격이 완성되는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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