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베트남 하이퐁 내 제조기지 확대 위한 투자 재고"
LG전자 베트남 법인 지난해 수출 실적 약 17조...46% 관세 부과시 피해 막대
베트남 정부 추가 협상에도...상황 급변으로 당분간은 관망 분위기 우세
지난 11일 오후 베트남 하이퐁 경제특구관리위원회는 개최한 미국의 상호 관세정책 관련 기업인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하이퐁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하노이(베트남)=부 튀 띠엔 통신원·김준석 기자】“LG전자는 내년까지 하이퐁 제조기지의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관세 문제로 내년 투자는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 하이퐁에서 글로벌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LG전자 베트남 법인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경우 향후 베트남 내 투자 확대 계획을 보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베트남 내 생산된 가전 제품 다수를 미국시장에 직접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120억달러(약 17조1528억원)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 당초 LG전자는 침체에 빠진 가전 시장의 돌파구로 '글로벌 사우스' 중 하나인 베트남을 중심으로 투자와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46%의 관세 부과까지 거론되자 베트남 내 투자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베트남 언론과 하이퐁 경제특구관리위원회가 예상한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손실액은 약 28억1000만달러(약 40조 711억원)에 달한다.
14일 베트남 현지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베트남 하이퐁 경제특구관리위원회는 미국의 상호 관세정책 관련 기업인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김완기 LG전자 베트남 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관세 문제로 내년도 하이퐁 내 짠주 산업단지 추가 투자를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 정부와 하이퐁 정부가 관세 및 협상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서 "지난주부터 베트남 정부가 미국 정부와 첫 협상을 시작하면서 관세정책이 90일 연기된 것은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46%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 전까지, 베트남에 적용되던 최혜국 대우(MFN)에 따른 평균 관세율은 약 9.4%였다. 구체적으로 농산품은 평균 17.1%, 비농산품은 평균 8.1%의 관세가 부과됐다. 미국산 제품의 대베트남 수출 시 대부분은 15% 이하의 세율이 적용됐다. 이 때문에 중국을 대체할 포스트 차이나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46%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중국·일본 기업들이 진출한 하이퐁과 박닌·타이응우옌 등 대표적인 제조·산업단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베트남 출장을 전격 보류하고 상황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이후 베트남 협상 대표단이 미국을 찾는 등 추가 협상이 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관세율 인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어 섣불리 투자 확대를 결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하이퐁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베트남 상품에 예정대로 46%의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하이퐁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세율은 다른 지역의 경쟁회사보다 10~20%p 더 높아지게 돼 베트남 상품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하이퐁에는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LG디스플레이과 LG이노텍은 미국산 부품을 수입해 베트남 제조기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부 튀 띠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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