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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에 전기료까지 올라 공장 돌릴수록 수익 악화"

中企 최저임금 비상 <상>
인천서부산업단지 주물공장
원자재 가격 인상 겹쳐 삼중고
일감마저 줄어 주 3~4일 가동
폐업 늘어 이젠 10곳도 안남아

"인건비에 전기료까지 올라 공장 돌릴수록 수익 악화"
지난 12일 인천서부산업단지 내 주물공장에서는 작업자들이 주물 제품을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료(갑) 인상으로 비용이 상승하면서 경부하 요금을 적용받기 위해 월요일과 토요일 대체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신지민 기자
"주물을 만들면 남는 게 있어야 하는데, 생산할수록 수익성 악화 늪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난 12일 찾은 인천서부산업단지 한 주물공장엔 몇몇 작업자들이 완성된 주물 제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탓에 다소 쌀쌀하게 느껴진 내부는 용광로가 멈춰 있었지만 자그마한 주물 작업용 틀이 열기를 내뿜었다. 이곳에서 만난 임원 A씨는 "인건비 등 고정비가 오르면서 공장을 돌려도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기이한 구조가 됐다"고 토로했다.

불이 꺼지지 않던 인천서부산업단지는 한때 경서주물공단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주물업체는 현재 10곳도 남지 않았다. A씨 공장도 지난해 4·4분기와 올해 1·4분기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주 3~4일 근무가 보편화됐다. 이마저도 일이 없어 주중 하루는 청소하고 하루는 쉬는 날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액은 202억원, 영업이익은 2억원이었다. 전체 직원 중 최저임금 인력 비중은 35명(40.7%)에 달한다. 내국인 채용이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다. A씨는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정도"라며 "이익률이 1% 미만인 상황에서 올해 전망도 나빠 더 이상 비용 상승은 공장이 문 닫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면서 이같은 중소 제조업체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주물업계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은 1만5000원 수준으로, 주 52시간 근무 시 78만원 정도 책정됐다. 과거 최저임금 8000원 수준일 때와 비교하면 월 급여(잔업 포함)가 인당 80만~100만원 불어나 현장에선 "지금은 일이 없거나 혹은 몰려도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저임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 제조업은 최저임금 못지않게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갑)이 전년 대비 평균 5.2% 오르자, A씨 공장은 연간 전기료 지출이 8900만원 늘었다. 현재 월 전기료는 전년도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이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주말 경부하 요금을 적용 받기 위해 월요일과 토요일 대체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원자재 공급업체도 중소 제조업체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기업도 최저임금 상승이 부담일뿐더러, 그간 이어져 온 고환율 영향 탓에 매입 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비철금속 압출·가공업체 관계자는 "생존이 걸린 문제로 단가를 동결하기 어려워 5% 정도 인상을 요청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을 전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다. 업종별·지역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1.5%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주는 줄고 비용이 오르는 상황이 고착화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국내 제조업체 대부분이 폐업하고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도 한목소리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과 민생경제 현장간담회에서 "지난 1월 기준 자영업자 수가 두 달 만에 20만명이 줄고 상가 공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며 "소상공인 발목을 잡고 있는 최저임금제도 개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