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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달 TC본더 발주…한미·한화 승자는?

SK하이닉스 수백억 TC본더 발주 예상
TC본더 1위 한미반도체 유리할 전망
최근 수주 한화세미텍 반격 만만치 않아
한미, 한화에 제기한 특허소송 변수 작용
한미 TC본더 가격 인상 제안 역시 변수

SK하이닉스 이달 TC본더 발주…한미·한화 승자는?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전경.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가 이달 중 열압착장비(TC본더) 발주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어디로 수혜가 돌아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중 수백억원 규모로 TC본더 발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 체결이 유력한 업체로는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등이 거론된다.

TC본더는 반도체 칩과 칩 사이에 일정한 열을 가해 붙이는 기능을 한다. 특히 D램 메모리반도체 여러 개를 위아래로 배열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에 필수로 들어가며 주목을 받는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서버에 들어가며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SK하이닉스 TC본더 수주전에는 한미반도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전 세계 TC본더 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간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 역시 한미반도체로부터 TC본더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HBM3E 12단 시장에서는 90% 이상 점유율을 보이며 사실상 독점한다.

한미반도체가 TC본더 시장에 보유한 지배력은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1·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81% 늘어난 1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39% 증가한 686억원이었다. 이익률은 무려 50%에 육박했다.

한화세미텍 반격도 만만치 않다. 한화세미텍은 최근 업계 예상을 뒤엎고 SK하이닉스와 TC본더 거래를 시작했다. 한화세미텍은 지난달 27일 SK하이닉스와 210억원 규모로 TC본더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납품은 오는 7월까지 이뤄진다.

한화세미텍은 앞서 지난달 14일에도 동일한 금액으로 SK하이닉스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TC본더 역시 HBM3E 공정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세미텍에 따르면 자사 TC본더는 HBM3E 공정 8단부터 16단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변수는 있다. 현재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미 2021년 한화세미텍으로 이직한 전 직원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법무법인 세종을 법무대리인으로 선임한 뒤 한화세미텍 특허침해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향후 승소할 경우 SK하이닉스 공정에서 한화세미텍 장비를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 측에 TC본더 가격 인상을 요구한 점도 변수로 떠오른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SK하이닉스 측에 TC본더 가격 25% 인상을 제안했다. 다만 이는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으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TC본더 가격과 동일한 수준을 한미반도체가 요구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장비기업 대표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리스크(위험부담)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한미반도체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일부 TC본더를 도입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오랜 기간 거래해온 한미반도체 입장도 고려해야 해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반도체가 최근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장에서 CS엔지니어를 철수시켰다는 일각 주장에 대해 한미반도체 측은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S엔지니어는 반도체 공정 안에서 장비가 오작동할 경우 이를 곧바로 수리하고 점검하는 인력이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