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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수억원 낼 수도"… 재초환 폐지 청원 80% 넘어 [재초환 폐지 청원 거세]

"실거주자 부담키우는 역차별법"
조합원 재초환 부담금 평균 1억
재건축 앞둔 1기 신도시 등 긴장
건설업계도 "품질 저하될 우려"

"부담금 수억원 낼 수도"… 재초환 폐지 청원 80% 넘어 [재초환 폐지 청원 거세]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을 미리 떼어간다는 건데, 만약 나중에 집값이 폭락했을 때 다시 돌려줄 것도 아니지 않나."(서울 여의도 A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성립요건 80%를 돌파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재초환 폐지'가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당장 차기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수억원의 부담금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에 청원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조합원 평균 1억원 부담 기로

20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재초환 폐지 요청' 청원은 이날(20시 기준) 4만1294여명의 동의를 얻어 동의율이 8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3일까지 5만명의 동의수를 채우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를 진행하게 된다. 청원인은 재초환을 '역차별법'이라며 "실거주 주민의 부담을 키워 새로운 거주환경을 접해 보지 못하고 매도하는 사태를 만들거나 새로운 대출의 빚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관련 단체 대화방에서 참여 독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에서 특히 거센 반발이 나온다. A단지 주민은 "재초환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그 당시 시점으로 이익이 초과됐다고 환수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구의 B재건축 조합원도 "나중에 집을 팔 때 이익이 나면 그때 양도소득세로 일괄 과세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폐지가 물 건너갈 경우 전국 51개 단지 총 1만8000여가구가 준공 후 부담금 재산정 및 부과 절차를 밟게 된다.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은 1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평균 8000만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초과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 들어 초과금액 기준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완화됐지만 개발이익 산정기준이 불명확하고 사유재산 침해라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초환 폐지 법안'(김은혜 의원 대표발의)을 내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입장이 명확한 데다 지난해 말 탄핵 국면을 맞으며 논의가 표류됐다.

■1기 신도시도 긴장…공급도 '빨간불'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1기 신도시도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분당재건축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첫발을 떼는 단계지만 재건축 길을 열어준 이상 과도한 규제는 완화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며 "공공기여도 부담되는 상황에 재초환까지 유지되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업장 곳곳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늘 부담을 염두에 두면 여유 없이 제한된 금액 안에서만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며 "단지별로 특화된 상품성을 만들기 어렵고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재건축 규제는 주택 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이 주택공급의 핵심인데, 재건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공급을 유지할 방법이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공급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폐지 청원을 계기로 정책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유재산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공익을 위한 경우에 한해서 사유재산이 일정 부분,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 헌법에 있다"면서도 "어느만큼이 최소한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