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이 축소되고, 한국 경제는 수출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특히 한국의 각 경제 주체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이 지나치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2024년 연방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4.1%로 매우 높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0년 54.9%에서 2020년에는 129.9%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이후 부채 비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다가 대외 불균형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대외순부채(=대외자산-대외부채)가 26조2321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GDP 대비 비율도 2000년 15.0%에서 2024년에는 89.8%로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미국 주요 교역 대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그 뒤 중국에는 관세를 145%로 인상했고,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면서 협상을 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가 미국의 재정 수입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관세로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줄어들 확률은 매우 높다. 이미 심리 데이터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50.8로 2022년 6월(50.0)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가계가 관세 부과로 물가가 오르기 전에 상품을 사면서 3월까지는 소비지출이 증가했지만, 4월부터는 소비심리 위축이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가 감소하면 미국의 수입이 줄면서 무역적자가 줄 것이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9%로 높기에 소비 감소는 곧 미국 경제의 침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외부적으로는 무역 상대국에 통화가치 상승을 요구할 것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고용 최대화'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물가상승률보다는 고용 감소율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여 달러 인덱스는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 이하로 하락했다.
미 재무부는 조만간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 등 일부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그 나라의 통화가치 상승을 요구할 전망이다. 그 이후 달러 인덱스 하락 속도가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다른 나라 통화가치는 크게 오를 것이다. 우리 원화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달러 인덱스, 위안·달러 환율, 엔·달러 환율, 한미 금리차, 경상수지로 환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하면 지난 3월 말 원화 가치는 19% 정도 저평가되었다.
각 경제 주체가 다가올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관세와 미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의 상승으로 대미 수출은 줄어들 확률이 높다. 정책당국은 유로, 엔, 위안화 등에 비해 우리 통화가치가 더 오르지 않도록 외환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며,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수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할 때는 미국 주가보다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주가가 더 올랐다.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개인은 미국 이외 국가의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다. 우리 주식시장도 그중 하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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