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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대한민국 N년차"..이주배경 아동 진짜 성장 돕는 '초록우산'

"우린 모두 대한민국 N년차"..이주배경 아동 진짜 성장 돕는 '초록우산'
서울 시흥시 정왕동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전경. 초록우산 제공

"우린 모두 대한민국 N년차"..이주배경 아동 진짜 성장 돕는 '초록우산'
서울 시흥시 정왕동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초록우산 제공

"우린 모두 대한민국 N년차"..이주배경 아동 진짜 성장 돕는 '초록우산'
서울 시흥시 정왕동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한국어공유학교'. 초록우산 제공

"우린 모두 대한민국 N년차"..이주배경 아동 진짜 성장 돕는 '초록우산'
지난 22일 경기도 시흥시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서 이주배경 아동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어교육학교'가 진행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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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기도 시흥시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서 이주배경 아동들이 참여한 가운데 '모두의한글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우린 모두 대한민국 N년차"..이주배경 아동 진짜 성장 돕는 '초록우산'
지난 22일 경기도 시흥시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서 한 이주배경 아동이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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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기도 시흥시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서 선 이주민들로 구성된 멘토링 프로그램 '초행길'의 월례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우린 모두 대한민국 N년차"..이주배경 아동 진짜 성장 돕는 '초록우산'
초록우산 로고

【파이낸셜뉴스 시흥(경기)=유선준 기자】 "'ㄱㅇ'은 경복궁 지붕에 있는 건데, 연상되는 단어가 있을까요? '기와'가 맞겠죠?"
지난 22일 오후 2시,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한국어교육학교 강의실. 한국어 교육 박사까지 수료한 박미연 강사(55)의 전문적인 지도하에 이날 이주배경 아동(다문화 가정 아동)들은 한국어에 흥미를 느끼며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박 강사는 한국어가 지루하지 않도록 한국 문화와 곁들여 아동들에게 세심히 알려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수업에 참여한 이주배경 아동 백초민군(가명·10)은 "수업을 하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며 "놀이처럼 수업이 재밌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미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주배경 아동의 융화와 교육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회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들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류 외국인, 韓 전체 인구 중 4.8%..융화·교육 당연한 '흐름'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4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8%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국 인구의 다양성 증가와 함께 국제 이주 경험이 있는 이주배경 아동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이주배경 학생(아동)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주배경 학생 수는 19만3814명으로 전체 학생의 3.72%를 차지한다. 이주배경 학생은 지난 2014년 6만7806명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약 3배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전체 재학생 100명 이상 학교 중 이주배경 아동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밀집 학교'도 지난해 100개교까지 늘었다. 초등학교가 84개교며, 지역별로는 경기도 안산과 시흥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이주배경 아동들은 어느덧 지역 공동체 안의 구성원이 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주배경 아동 지원책과 맞춤형 교육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주배경 아동들이 이방인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동복지 현장에서는 이주배경 아동들이 사회의 선입견, 언어적 어려움과 경제·문화적 차별과 차이를 스스로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 또는 가정 수준에서 해결되지 못한 이주배경 아동 문제는 향후 한국의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음에도 아동들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초록우산은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이주배경 아동 지원에 힘쓰고 있으나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이주배경 아동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이들을 향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배경에서다.

우리말 소통부터 돌봄, 의료까지..이주배경 아동 기본권 보장 '절실'

초록우산에 따르면 이주배경 아동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또래와의 소통과 학교 수업 이해, 정체성 형성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학업성취도 저하는 아동의 자존감 하락과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초록우산 측은 설명한다.

돌봄 공백도 큰 문제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이주배경 아동들은 부모의 장시간 노동으로 방과 후 사실상 방치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초록우산이 지난 2022년 진행한 '이주민 밀집 지역 학령기 아동의 성장환경 조사 연구: 시흥 정왕동의 사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아동 808명 중 6.7%에 해당하는 54명이 방과 후 주 양육자가 없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54명 중 81.5%에 달하는 44명이 이주배경 아동으로 나타났다.

이주배경 아동들은 의료 지원에서도 상대적 소외를 겪는다. 현재 한국 국적을 갖지 못한 이주배경 아동은 건강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체류자격에 따라 의료 서비스 접근이 어렵다. 한국에 살고 있는 아동임에도 가장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한 이주배경 아동은 충치로 매일 통증을 호소하지만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탓에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100만원이 넘는 진료비가 들 정도다. 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이 아동은 치아가 아프면 참는 버릇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교육부터 돌봄, 의료까지 이주배경 아동이 직면한 다양한 어려움은 개별 아동과 아동 가정이 짊어질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섰다. 이주배경아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이주배경 아동을 향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도 함께 고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초록우산, 이주배경아동 위한 맞춤형 지원사업 확대

이런 가운데,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들의 기본적 권리들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 현장 일선에서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 아동들을 위해 맞춤형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출생한 다문화 아동'과 중도 입국 아동', '미등록, 난민, 무국적 아동'에게 △학습 지원 및 진로 개발 기회 제공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적응 지원과 심리 지원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보육비 지원 등 아동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지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초록우산은 지난해 전국 각지에 있는 이주배경 아동 9033명을 대상으로 한국 초기 정착부터 돌봄·교육·건강 세 영역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먼저, 돌봄 영역에서는 연령별 발달과업 달성을 위한 영유아 돌봄비와 관련 서비스 지원, 교육 영역에서는 한국어 예비학교와 예비교실 운영과 교육 콘텐츠 보급을 통한 한국어 소통 역량 강화와 공교육 진입 지원, 그리고 진로개발 지원을 제공했다. 이주배경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건강보험 사각지대 아동 진료 지원과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N년차' 캠페인을 통해 국적이나 이주 경험에 관계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대한민국 N년차'로 표현하는 인식 개선 활동도 병행했다.

SNS 챌린지로 수집된 응원 메시지를 '한국생활 가이드북-널 응원한글'로 제작해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앞장서는 중이다.

또한, 지난달 법무법인(유) 태평양 및 재단법인 동천과 공동으로 이주배경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연구를 시작했다. 향후 초록우산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주배경 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법 및 제도 개선 흐름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올해도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 지원 사업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전국 단위의 사업기관 및 협력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이주배경 아동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주배경 아동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목표다.

초록우산은 이주배경 아동의 적응과 성장을 위한 사업 모델을 운영해 온 경험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이주민 밀집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이주배경 아동 및 가정에 대한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가 그 중심이다.

이주민 밀집지역 아동 위한 거점,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이주배경 아동 지원 사업의 우수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이 센터는 지난 2020년 9월 시흥시와의 협약을 통해 2021년 4월 개관했다. 현재 학생 수는 총 130여명, 재단 임직원과 교사(자원 봉사자·근로장학생 포함)는 27명이다. 학생 중 80% 가량은 중국인이며, 베트남과 몽골·우즈베키스탄 등 국적도 다소 있다.

시흥시는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이미 인구 중 이주배경 주민 비율이 11.7%에 달하는 지역으로,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곳이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이런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이주배경 아동의 역량 강화와 성장 환경 격차 해소를 목표로, 다문화사회 인식개선을 위한 아동 친화적 돌봄 환경 조성 및 권리 옹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센터는 이주배경 아동의 특성과 필요에 맞춘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중언어 심리 상담 '마음통역소'는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상담이 어려운 중도입국 아동에게 중국어 등 모국어 기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초행길' 프로그램은 이주 1년 이내 초기 중도입국 아동에게 아동 국가의 문화와 언어의 이해도가 높은 '선 이주민'을 멘토로 연계해 한국어 적응과 지역사회 연결을 지원한다. 시흥한국어공유학교는 의사 소통과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배경 아동을 위해 맞춤형 한국어 교육과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센터를 이용하는 이주배경 아동의 한 학부모는 "자녀들을 가르칠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 아이를 키우기 막막했는데, 선생님이 도움과 상담이 큰 힘이 됐다"며 "아이들이 자신감도 생기고 한국어도 많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서로 다른 국가의 학생들이 같이 한국어와 학교 공부를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한국어를 잘 모르는 저로서는 자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었는데, 여기서 공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이밖에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단순한 돌봄 공간을 넘어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배경 아동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초록우산은 앞으로도 이주배경 아동들이 우리나라에서 성장 환경의 격차 없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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