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삼성중공업, 16년 만에 CVC펀드 복귀

조선 로봇·자율주행 등에 200억 베팅
고난의 행군 탈피해 미래 준비하는 여유 시그널

삼성중공업, 16년 만에 CVC펀드 복귀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뉴시스 제공
삼성중공업, 16년 만에 CVC펀드 복귀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장치 LNG운반선의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파이낸셜뉴스] 삼성중공업이 2009년 후 16년 만에 자사 주도로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펀드에 투자한다. 조선업과 관련된 로봇, 배에 필요한 자율주행 등 신기술에 투자다. 그동안 고난의 행군에 탈피해 미래를 준비하는 여유가 생겼다는 시그널(신호)로 읽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SVIC73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5월 말까지 결성한다. 200억원 규모로 삼성중공업이 198억원, 삼성벤처투자가 2억원을 책임지는 구조다. 투자조합 만기는 6년 이다.

삼성중공업은 "2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존 기술 고도화 및 신기술·신사업 발굴 목적으로 'SVIC73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5월 중 최초 출자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잔여 출자금액은 출자 조합의 출자금 납입요청이 있을 때 수시로 납입(캐피탈콜·Capital call)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09년 1월에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300억원 규모 'SVIC13호 신기술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당시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밝힌 투자목적은 유망 벤처기업 발굴 및 투자였다. 이 투자조합에 삼성중공업은 297억원, 삼성벤처투자는 3억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해당 투자조합은 경기악화로 투자없이 끝났다. 2020년 1월 청산으로 끝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어려운 경영 상황으로 CVC 펀드에 대한 투자를 미루다가 최근 경영 환경이 좋아져서 조심스럽게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조선 관련 신기술 투자를 통해 '혁신의 삼성'에 기여할 지가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잠정기준 2025년 1·4분기 매출액 2조4943억원, 영업이익 1231억원을 기록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58% 늘었다. 매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했다.

삼성중공업 스스로도 2025년 연간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올해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생산이 본격화 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은 분기마다 우상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해양 공사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여 연간 6% 수준의 이익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연간 수주 목표 98억달러의 22%에 해당하는 22억달러(16척)를 수주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연초 제시한 가이던스 매출 10조5000억원, 영업이익 6300억원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이 4811억원으로 2022년(-1조7554억원), 2023년(-6699억원) 등 적자에서 벗어나는 등 재무적으로도 큰 개선이 된 상황이다.

2024년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BBB+)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키도 했다.

한기평은 "삼성중공업은 공정 안정화를 통해 수주잔고의 질적 개선 추세가 지속하고 있고 기존에 확보한 고가 잔고를 기반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면서 "현금흐름 개선을 통해 재무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선주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드릴십 재고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 척당 수천억원에 달하는 드릴십 미인도에 따른 손해를 대손충당금에 반영하면서다. 하지만 2023년 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드릴십을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통해 매각하면서 2000억원을 상회하는 이익금도 얻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