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기회로 기술 가격 갖춘 中독주체제 깰까
배터리 3사, 포트폴리오 다각화 통해 ESS 시장 공략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의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ESS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독주 체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을 기회로 국내 배터리 업계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업계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 저장 분야 배터리 시장 규모는 223억5000만 달러(약 32조1571억원)로 오는 2037년까지 연평균 12.2%의 성장률을 기록, 909억3000만 달러(약130조 8300억원) 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SS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창고와 같은 개념으로 LFP 배터리가 주로 쓰이는 분야다. 전기차와 달리 크기가 무게 등에 큰 제한이 없는 만큼, LFP 배터리의 강점인 가격과 수명, 안정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서다.
지난해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90%대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도 LFP배터리 기술력이 발판이 됐다. 중국기업들은 LFP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리튬, 흑연 등 원재료 조달이 자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가능하고,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경쟁력과 제조 공정 투자를 통한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글로벌 배터리 기업 순위권 상단에 CATL과 BYD 등 중국기업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CATL은 올해 초 우리나라에도 법인을 설립하고 ESS 전문가를 비롯한 인력을 모집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상황이다.
그동안 부가가치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NCM, NCA)에 주력하던 우리나라 기업들도 ESS용 LFP 배터리 생산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및 소재에 대한 고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것을 기회로 보고 있다.
가장 속도를 높이고 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 2023년부터 중국 난징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에 나섰다. 이미 ESS용 LFP배터리와 관련한 유의미한 수주 계약들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산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예상되는 북미 지역 수요 확대에 대응해, 현지에 ESS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 올해 하반기부터 현지 양산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는 주력인 NCA 배터리 외에도 LFP배터리 개발로 ESS 시장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회사는 기존에 공략하던 프리미엄 시장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과 용량을 높인 ESS용 LFP배터리에 대한 검증을 올해 마치고 내년부터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SK온도 ESS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상태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하는 등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역시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 미국 ESS 시장 진출을 위한 수주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연내 ESS 사업 성과를 내겠다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S용 LFP배터리는 지금까지 중국기업들이 선도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발 관세 정책이 국내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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