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25% 관세 부과되지만
현대차·기아 2~3개월분 재고 보유
"6월초까진 값 안올려" 현지 홍보
인상 없이 판매땐 수익 악화 부담
이달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가 시작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대미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현대자동차·기아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적게는 5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관세 면제와 예외를 요구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협상을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대목이지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현대차·기아는 일단은 가격 인상 없이 쌓아둔 재고를 소진하며 최대한 버틴다는 입장인데, 보유 재고가 바닥나는 오는 6월부터는 '관세폭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관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25% 부과로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수조원 감소할 전망이다. 분석 조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25% 관세가 부과된 만큼 현대차·기아가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KB증권은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5조7000억원, SK증권은 8조1000억원, IM증권은 9조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미국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오는 6월 2일까지는 현지에서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기아도 당분간 가격을 동결할 예정이다. 일단은 보유한 재고분으로 판매량을 유지하고, 추후 상황을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보유하고 있는 완성차 재고는 약 3개월분, 기아는 약 2개월분이다. 이를 고려하면 5월까지는 관세를 감내하며 버틸 수 있는 구조이지만, 재고가 바닥나는 6월부터는 관세폭탄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 권장소매가(MSRP)는 3만7800달러(약 5460만원)부터 시작하는데, 가격 인상 없이 차량을 판매하려면 현대차 부담분 단순 추정치는 대당 125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내달 3일부터는 완성차 외에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가 부과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관세 영향에도 대대적인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대외에 적극 알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 점유율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미국은 고가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친환경차가 많이 팔려 수익성이 높고, 미국 시장에서의 성적표는 다른 권역 시장 진출에 있어 강력한 '레퍼런스'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 세계 완성차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이라면서 "판매 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현대차·기아도 단기 수익성 악화를 일부 감수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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