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30돌 맞은 BIFF, 한국 첫 ‘경쟁 영화제’로 실험대 오른다

29일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 기념 방향 소개 기자회견

[파이낸셜뉴스] 어느덧 30돌을 맞은 아시아 3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조직위원회 세대교체와 국내 첫 경쟁 영화제 전환 등 새로운 변화에 대한 도전에 나선다.

BIFF 조직위원회는 29일 오전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영화제 30주년 방향성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30돌 맞은 BIFF, 한국 첫 ‘경쟁 영화제’로 실험대 오른다
29일 오전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 방향성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왼쪽)이 올해 영화제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옥환 기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조직의 변화다. 올해 BIFF는 세대교체를 이룬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의 체제 아래 영화제와 아시아 영화계 미래 비전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십 구축에 나선다.

이에 선정위원회 운영에도 변화가 생겨 박가언 프로그래머가 수석 프로그래머로 새로이 합류했다. 또 선정위원회 구조를 슬림화하고 별도 프로그래머 추가 채용 없이 기존의 프로그래머진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선정과 운영을 진행해 한층 유연하게 운영될 예정이다.

아울러 BIFF는 올해 처음 ‘경쟁영화제’로서 새출발을 선언했다. BIFF는 지난 1996년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해 지난해까지는 아시아 영화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올해부터 영화제는 한 해를 대표한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 부문’과 ‘부산 어워드’를 신설한다. 경쟁 부문은 14편 내외를 선정해 영화제 기간,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주요 상영관에서 선보이게 된다. 경쟁작은 모두 아시아 영화를 범주로 한다.

시상은 총 5개 부문으로 이뤄지며, 대상과 감독상,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상, 예술공헌상이 폐막식에 수여된다. 이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대한민국 영화제 사상 최초로 경쟁 영화제를 운영하며 실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대상은 경쟁 부문 선정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수여하며 감독상은 선정작 중 독보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감독에 수여한다. 또 경쟁 부문과 비전 부문에 상영되는 데뷔작 감독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사위원단이 1편을 선정해 ‘뉴 커런츠 상’을 수여한다. 일종의 영화제 신인감독상인 셈이다.

30돌 맞은 BIFF, 한국 첫 ‘경쟁 영화제’로 실험대 오른다
29일 오전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 방향성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변옥환 기자

영화제 개·폐막식의 운영 방식도 변화를 맞는다. BIFF 조직위는 올해부터 신설된 경쟁 부문과 연계를 강화해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시상식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별도 폐막작 초청 없이 대상 수상작을 폐막작으로 선정해 상영한다.

그간 영화제에서 진행했던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 범위를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 한국과 아시아의 독립영화 현황을 조명한다. 비전 섹션은 ‘비전 아시아’ ‘비전 한국’ 두 갈래로 운영되며 부문별 12편, 총 24편 내외의 작품이 선정, 상영되며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영화제 초청작 규모도 예년보다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BIFF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축소됐던 상영작 편수를 점진적으로 회복해 지난해 63개국·224편으로 확대 상영한 바 있다. 올해는 그 규모를 240편 정도로 더 확대한다.

이에 따른 상영관도 부산지역 내 추가 확충한다. 기존 공식 상영관 운영에 더해 영화의전당 인근의 다양한 장소를 상영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센텀시티 외 지역의 멀티플렉스와도 적극 협의해 상영관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BIFF 조직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영화제 컨퍼런스 프로그램인 ‘포럼비프’를 올해부터 재개한다. 올해는 한국영화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아시아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며 세계 영화의 중요한 흐름을 짚는 주제를 선정해 방향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와 함께 걸어온 연대의 기억은 굉장히 특별하다. 이를 돌아보는 한편, 아시아 영화의 현안을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찾는 중요한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는 것이 이번 30주년의 목표”라며 “또 한국 영화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자리를 마련해 실질적 해법을 찾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 밖에도 관객이 진정으로 만나길 원하는 작품을 더 많이 초청할 수 있도록 관객 친화적 영화제를 지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