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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업계 최악은 피했지만…"美트럼프 관세 리스크 여전"

트럼프 대통령, 車부품 관세 완화 발표
미국 거점 있는 한국 업체도 일부 수혜
다만 완성차 25% 관세는 여전히 유지
"현지생산 압박 커져, 미국 업체 더 큰 수혜"

한국車업계 최악은 피했지만…"美트럼프 관세 리스크 여전"
지난 29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수입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일부 완화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도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부품으로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들의 부품 관세 부담을 2년간 줄여주기로 하면서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현지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일부 부담이 줄게 됐다. 다만 완성차에 대한 25%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됐고, 이번 부품 관세 완화도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현지 생산을 대폭 확대하지 않을 경우 관세로 인한 피해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으로 인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으로 이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동차 부품 관세 완화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관세 부담이 일부 줄게 됐다. 포고문에는 미국에서 완성한 자동차의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사실상 25%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미국에서 조립한 차량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의 15%에 해당하는 부품에는 첫해 동안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2년 차에는 이 비율이 10%로 줄며, 이에 따라 면제 가능한 관세도 축소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 거점이 있는 국내 기업들도 혜택을 본다. 일례로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생산능력을 50만대로 확장할 예정인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외에도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연 36만대), 기아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연 34만대)을 보유하고 있어 부품 관세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이달부터 수입차에 부과되는 25% 품목 관세는 유지된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향후 120만대까지 증산할 계획이지만, 지난해 미국에서의 판매량이 170만대를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50~70만대는 관세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철저하게 미국 자동차 산업 입장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얼마전까지 한미FTA로 자동차 관세는 0%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완성차에 25% 관세를 물게 됐다. 부품 관세 완화는 현대차그룹도 미국 생산 늘리는 만큼, 환영할만한 입장이긴 하지만 한국 업체보다는 기존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해서 생산하고 있는 미국 업체가 더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미국에서 부품을 85% 정도 조달하고, 내년엔 90%, 다음엔 100%로 점진적으로 미국 내 부품 사용을 늘리라는 취지인데, 유예를 주면서까지 미국 공급망 확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예외를 주장하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