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김동관·조원태·이해진… 트럼프 장남 만나 美사업 논의 [트럼프 2기 100일]

철통보안 속 일대일 차담
한화와 조선·태양광, CJ는 식품
롯데는 바이오 사업 대화 주제로
네이버는 AI·테크 등 논의한 듯
삼성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불참
금융권은 KB 양종희 회장 참석

김동관·조원태·이해진… 트럼프 장남 만나 美사업 논의 [트럼프 2기 10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30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재계 총수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모처 호텔 25층에 오르자 "어디서 왔냐"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이 날아왔다. 25층을 비롯해 건물 내부와 외부까지 다수의 사복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는 모습도 쉽게 포착됐다. 전날부터 쉴 새 없이 돌아다녔지만, 트럼프 주니어나 재계 총수들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철통보안'이 지켜졌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과 30분~1시간가량 면담했다.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과 만났다.

형식은 일대일 차담 형식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한화그룹 삼형제와 만나 미국에서 추진 중인 필리조선소 기반 '미 해군 선박 유지·수리·보수(MRO) 사업'과 조지아주에 구축 중인 태양광 생산기지 '솔라허브' 관련 사업계획 논의를 했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트럼프 주니어와 회동했다. 업계는 이 회장이 식품 수출 애로사항 등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방안을 제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 주요 식품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7000억원을 투자,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북미 아시안푸드 신공장을 짓고 있다.

아버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동남아시아 출장길에 올랐던 롯데 오너가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은 이날 귀국, 방한 중인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

면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롯데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 협력과 관련해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인수 및 증설한 미국 뉴욕의 시러큐스 공장을 통해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내 생산을 시작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 생산시설에 약 1억달러(약 1421억원)를 투자했고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의 회동에서 인공지능(AI) 등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테크,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의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7년 만에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해 회사의 AI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와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한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 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미국 시장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구자은 LS 회장 등이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총수들이 트럼프 주니어를 잇따라 만난 이유는 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아들이자, 대통령 신임을 바탕으로 핵심 각료 인선 등에 큰 입김을 행사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 않지만, 트럼프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사업을 운영했고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29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방한 일정 동안 '경제외교'에 전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등 4대 그룹 총수는 이번 면담에 불참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이정화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