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사우디 제다, 5라운드 그랑프리
27개 코너에 야간 경기, 추월도 힘들어
곳곳에서 충돌 발생, 레드 플래그 등장
1위는 피아스트리, 2위 베르스타펀
2~4일 미국 마이애미서 6라운드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인기가 많지만 유독 국내에는 인기가 없는 ‘F1’. 선수부터 자동차, 장비, 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 세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격주 주말, 지구인들을 웃고 울리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 F1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거운 주제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다루겠습니다. F1 관련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원하신다면, ‘권마허의 헬멧’을 구독해주세요.
막스 베르스타펀(레드불)이 지난달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4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어김없이 F1 5라운드 경기가 열렸습니다. 세 개의 그랑프리가 3주 연속 열린 '트리플 헤더'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했습니다. 매주 열리는 경기에 힘들 법도 하지만 선수들은 티를 내지 않고 제각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제다 경기장을 소개하겠습니다. 경기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시가지 서킷이지만, 폭이 좁아 선수들의 매우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곳"입니다. 폭이 좁은 탓에 선수들의 실수가 자주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5라운드 경기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경기장 중 가장 많은 27개 코너를 가진 서킷이라는 점, 야간에 펼쳐진다는 점 등 다른 경기장과 다른 특징도 있습니다. 추월이 힘들어 퀄리파잉(예선) 결과가 중요한 서킷이기도 합니다.
F1 5라운드 퀄리파잉과 본경기를 담은 이번화, 시작합니다.
'벽 충돌' 노리스 10위, 베르스타펀은 42번째 '폴 포지션'
4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서킷에서 선수들의 차가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Q1에서는 가브리엘 보톨레토(킥 자우버) 선수의 실수가 기억에 남습니다. 앞서 제다 경기장 폭이 좁아 선수들 실수가 종종 나온다고 소개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선수 실수가 나왔습니다. 막스 베르스타펀(레드불)이 바로 뒤에 오면서 보톨레토 실수를 직관했습니다. Q1에서는 큰 반전 없이 보톨레토를 포함, 랜스 스트롤(애스턴마틴), 잭 두한(알핀), 니코 훌켄베르크(킥 자우버), 에스테반 오콘(하스)가 탈락했습니다. Q1 에서는 베르스타펀이 1위에 올랐습니다. 시즌 중간 팀을 뒤바꿔 관심이 뜨거운 츠노다 유키(레드불)와 리암 로슨(레이싱 불스)는 각각 5위, 14위에 오르며 Q2에 진출했습니다.
Q2에서도 선수들의 실수가 조금씩 나왔습니다. 시즌 초반 최고의 출발을 하고 있는 오스카 피아스트리(맥라렌)은 중간에 연석을 깊게 밟아 차 밑쪽에 손상을 입었습니다. 기록은 괜찮았지만, 혹시 사고로 이어질까봐 걱정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로슨은 마지막에 나와 공격적인 레이스로 잠깐 10위에 올랐지만, 루이스 해밀턴(페라리)에 결국 밀리며 Q3 진출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Q2 직후 그는 팀 라디오를 통해 미안함을 전하는 동시에 욕을 하며 안타까움을 직접 드러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생이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했습니다. Q2 탈락자는 알렉산더 알본(윌리엄스), 로슨, 페르난도 알론소(애스턴마틴), 아이작 하자르(레이싱 불스), 올리버 베어먼(하스)입니다. 알본은 10위 해밀턴과 0.007초 차이로 아쉽게 떨어졌습니다.
진정한 실력자를 가리는 Q3, 레드 플래그가 나왔습니다. 2위를 기록하던 랜도 노리스(맥라렌) 차가 충돌로 멈춰 선 것입니다. 원투 펀치를 기록하고 있던 맥라렌 입장에서는 정말 아쉬운 순간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노리스가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베르스타펀, 피아스트리 등이 사고 지점을 지나며 "노리스 괜찮냐"고 팀 라디오를 한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레드 플래그가 나오면서 모든 차들은 피트인을 했습니다. 치열했던 Q3.
폴 포지션을 차지한 선수는 베르스타펀입니다. 2위는 피아스트리, 3위는 조지 러셀(메르세데스)이 차지했습니다. 노리스는 경기장에 복귀하지 못하며 10위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루키'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가 5위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카를로스 사인츠(윌리엄스)가 깜짝 6위, 츠노다는 7위에 올랐습니다. 총 42번째로 폴 포지션에 오른 베르스타펀이 "정말 좋은 경기였다"며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1위는 피아스트리...베르스타펀, 폴 포지션에도 2위 마감
4월 19일 퀄리파잉 도중 사고를 당한 랜도 노리스(맥라렌)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뉴시스
본경기를 시작하자마자 큰 사고가 나왔습니다. 츠노다와 피에르 가슬리(알핀)이 충돌하며 옐로우 플래그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가슬리 차량은 반파될 정도로 크게 손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세이프티차가 나왔고 선수들은 서행하며 상황 정리를 기다렸습니다. 앞 서 있던 가슬리를 무리하게 츠노다가 추월하다가 사고가 일어난 듯 보입니다.
베르스타펀과 피아스트리의 초반 경쟁도 재밌었습니다. 3위 러셀을 견제하려던 베르스타펀이 깊게 들어간 틈을 놓치지 않고 피아스트리가 추월을 시도했고, 이를 막아 서는 과정에서 연석을 밟아 논란의 여지를 만들었습니다. 베르스타펀은 "피아스트리가 나를 트랙 밖으로 밀어냈다"며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고 팀 라디오를 통해 전했습니다.
하지만 F1 측은 베르스타펀이 이 행동으로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 5초 징계를 내렸습니다. F1은 0.001초에도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5초는 굉장히 큰 시간입니다.
10위에서 출발한 노리스는 한 명 한 명 제치며 7번 랩 만에 7위에 올랐습니다. 운이 나빠 퀄리파잉에서 10위를 기록했지만 실력으로 극복해 내는 점이 참 멋있습니다.
14번 랩에서 6위 해밀턴과 쫓고 쫓기는 경주를 했는데 이 부분이 압권이었습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서로의 뒤에 바싹 붙어서 '토잉'을 하고, 직선 구간에서 항력 감소 시스템(DRS)을 열어 서로를 추월했는데 양 선수의 승부욕이 잘 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해밀턴을 밀어내고 노리스가 6위에 올랐고, 이후 기세를 올려 5위까지 추월했습니다. 이후 19번 랩에서 피트인 하며 경기 후반을 준비했습니다.
후반부까지 1~4위 격차가 각각 1~5초 나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1위는 결국 피아스트리가 차지했습니다. 지난번에 이은 2번 연속 우승이자 통산 5번째 우승입니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한 베르스타펀은 2.843초 뒤진 2위에 올랐고 샤를 르클레르(페라리)가 3위, 노리스는 4위에 올랐습니다. 포디움(상위 1~3위)에는 못 올랐지만, 10위에서 출발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입니다.
거듭 언급하지만, 맥라렌 기세가 꺾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는 베르스타펀이 차지했습니다.
1위와 격차가 3초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베르스타펀이 5초 패널티를 안 받았다면 우승을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드불도 경기 후 "5초 패널티가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베르스타펀은 "(5초 패널티가 있었지만) 앞으로 나아가자"며 멋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5라운드 중간점검...팀은 윌리엄스, 선수는 베르스타펀
시즌 초반 중간 점검을 하겠습니다. 팀으로는 윌리엄스가 눈에 띄고, 개인 선수로는 베르스타펀의 선전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윌리엄스 컨스트럭터 점수입니다. 5라운드를 치른 지금 벌써 25점인데,
지난 2016년(65점) 이후 최고 페이스입니다. 참고로 윌리엄스는 같은 라운드 기준 2017년 18점, 2018년 4점, 2024년 0점 등 20점을 넘은 적이 없습니다. 알본과 사인츠의 합이 생각보다 괜찮은 듯 합니다.
베르스타펀이 이번 레이스에서 점수를 얻으면서 F1 역사상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선수 2위에 올랐습니다. 기존 2위었던 세바스티안 베텔(3898점)은 3위로 밀려났습니다. 1위는 4893.5점의 해밀턴입니다. 해밀턴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당분간 순위가 뒤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베르스타펀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면 언젠가 뒤집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F1 6라운드는 2~4일 미국 마이애미 인터내셔널 오토드롬에 위치한 시가지 서킷에서 열립니다.
이제 포디움에 없으면 어색한 맥라렌 두 선수. 6라운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큰 변수가 없다면 퀄리파잉 이후 돌아오겠습니다. 모든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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